[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영세한 회사들의 업무 미숙으로 인한 공시 누락과 이에 따른 제재 사례가 잇따르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내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뜯어 고치는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최근 3년간 비상장법인 등의 공시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 조치가 크게 늘어나는 등 공시 누락 등의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공시의무 위반으로 경고나 주의조치를 받은 건수는 지난 2018년 45건이었으나 2019년 82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2020년에는 141건으로 증가했다. 조치대상 별로 살펴보면 전체 147개사 중 상장법인(59개사) 보다 비상장법인(87개사)의 비중이 높았고 상장법인 중에서도 코스닥(51개사)이 대부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바이오솔루션 등 7곳이 공시 누락으로 수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솔루션(발행인) 한국투자증권(인수인)의 처분 사례를 두고 금투업계 안팎에선 "공시 누락에 따른 처벌 경직성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금융감독원] |
앞서 바이오솔루션과 한국투자증권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보통주 150만주(435억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청약일 전 확정된 반기보고서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이 미제출 공시에는 바이오솔루션의 흑자전환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호재성 공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누락할 필요가 없는 회사 측의 단순 실수로 판단되는 지점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사실을 금감원으로 통보받은 뒤 즉각 투자자들에게 정정신고서 내용을 전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홈페이지를 비롯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활용해 반기보고서 공시 사실을 안내했다.
이 덕분에 당시 상장을 추진하던 바이오솔루션의 일반 청약자 모두에게 반기보고서의 주요 내용이 고지됐고 공시 누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청약 취소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법 사항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한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증선위는 바이오솔루션과 한국투자증권에 각각 과징금 3억9150만원을 부과했다. 고의성이 없는 공시 누락 사례까지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증선위 내부에서도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처분 사례를 두고 금감원이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3월24일 증선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국내 대표증권사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에서 이 같은 실수가 나왔을 정도로 금감원의 관련 제도가 미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 실수로 인한 공시 누락까지 수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어긋나는 과도한 조치"라며 "고의성이 없다면 당연히 경조치에서 마무리하는 행정과 처벌의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사례와 같은 법 위반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공시 담당 인력 부재나 잦은 변경 등 공시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비상장법인의 공시위반 예방을 위해 교육 및 홍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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