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산실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지 1년이 지났다.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는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구애와 북측의 침묵, 비난만이 반복되며 사실상 퇴보했다.
최근 한미 정상이 회담을 갖고 북한을 향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드러내며 분위기가 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7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된 영상을 공개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6.17 |
◆ 연락사무소 폭파 1년...남북관계, 회복 대신 퇴보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판문점선언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불리며 2018년 9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로 귀결된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이어지며 북한은 지난해 6월 16일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시켰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 전 이미 남북 간 통신망을 차단했고, 폭파 이후에는 비무장지대에 대남 확성기를 설치하는 등 강경한 태세를 보였다.
3개월 뒤인 9월에는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김 위원장이 10월 당 창건 기념식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낸다'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 했지만 이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수 차례 대남 비난 담화문을 발표하며 긴장 국면을 이어갔다.
1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북한의 태도 변화는 없었다. 지난 3월에는 탄도미사일 등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도발을 재개했다. 뒤이어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에 담화문을 발표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쇄 ▲남북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등 특단의 대책을 경고했다.
5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마무리되자 김 부부장은 또 담화문을 발표하고 한미를 향한 전방위적 비난을 재개했다.
특히 연락사무소 폭파의 단초가 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재개되자 김 부부장은 '상응하는 조치'를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한차례 끌어올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서로 포옹하고 있다. 2018.4.27 [사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 한미 정상 적극적 대화 의지에도..."北, 입장 바꾸지 않을 것"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 북한과의 대화 채널 재가동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을 미완의 평화에서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발끈하자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해 지난 3월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이후 한 탈북민 단체가 전단 살포를 강행하자 문 대통령은 직접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을 향해 유의미한 메시지도 발신했다. 한미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목표로 외교와 대화를 수단으로 삼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할 것이고 이미 대화 준비가 됐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미 정상의 적극적인 메시지에도 북한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입장을 바꿀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한미연합훈련도 중단 등 조건이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마지막 해에 들어섰고,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겠다고 생각 정리를 마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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