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삼정회계법인 등 국내 빅4 회계법인이 올해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하면서 중견·중소회계법인의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규 인력뿐만 아니라 빅4로 이동하는 경력직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견·중소회계법인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빅4의 올해 신입 회계사 채용 예정 인원은 ▲삼정 300명 ▲삼일 250명 ▲안진 200명 ▲한영 200명 등 총 95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빅4의 지난해 채용인원인 752명(삼정 271명·삼일 221명·안진 90명·한영 170명)보다 198명(26.3%)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 회계법인은 오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채용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선 삼정과 삼일, 한영은 이날 채용공고를 낸 뒤 각 대학 등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이후 서류와 면접전형을 거쳐 올 하반기에는 최종 합격자를 가릴 계획이다.
최근 4년간 공인회계사 2차 시험 응시 및 합격 인원 [표=금융감독원] |
공인회계사 채용 규모는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자격위)에서 매년 결정한다. 자격위는 매년 말 다음해 최소 선발 예정인원을 결정하는데, 선발인원은 지난 2007년 750명에서 2008년 800명으로 늘어난 뒤 2009~2018년 850명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후 감사품질 제고 등의 이유로 지난 2019년 1000명으로 150여명 늘어났다가 지난해부터 1100명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빅4의 채용이 전년 대비 25% 이상 늘어나면서 중견·중소회계법인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인회계사 합격자들이 연봉 등 처우나 교육시스템이 비교적 탄탄한 빅4로 몰릴 것이 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빅4 회계법인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채용문을 걸어 잠궜고, 그 반사효과로 중견·중소회계법인의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 덕분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로컬 회계법인들은 다소 숨통을 텄으나 올해 빅4의 채용 확대에 다시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중견 회계법인 관계자는 "매년 신규로 합격하는 공인회계사는 한정적이다 보니 빅4가 채용 규모가 늘면 로컬 회계법인 채용 지원자는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입 공인회계사 채용에 인색한 업계 특성을 고려했을 때, 경력직 공인회계사들의 대거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빅4 등을 중심으로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도 중견·중소회계법인 입장에선 인력 채용에 부담이다. 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를 비롯한 회계업계는 감사품질 저하, 저가수임 등을 이유로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도 지난 1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회계사 시험 응시자가 24% 증가해 정부 당국에서는 선발인원을 늘리자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회계사 수는 오버플로우"라며 인원 확대에 반대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중견·중소회계법인은 올해 빅4 회계법인에서 이탈하는 인력을 붙잡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중견 회계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빅4 회계법인의 퇴사율이 평균 20%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올해 수습 공인회계사 채용은 빅4가 쓸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견·중소회계법인 입장에선 고액 연봉을 제시해서라도 빅4에서 이탈한 인원을 잡는 게 현실적이다"며 "자격위의 내년도 회계사 최소선발인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빅4를 제외한 회계법인의 인력난은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