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김정수 기자 = 네이버가 최근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 스트레스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조직문화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네이버 창립멤버이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측근인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다만 네이버 노동조합은 오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 조사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인 만큼, 책임 소재 등 파장이 예상된다.
[분당=뉴스핌] 최상수 기자 = 네이버 사옥. 2018.4.25 kilroy023@newspim.com |
◆ 네이버 "실무 TF 구성...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 완료"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이장은 25일 오후 이사회 및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대표해 이사회 결정 사항과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직원들에게 영상을 통해 전달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네이버 이사회는 현재 CXO 체제가 회사의 지속적 성장과 혁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실제로도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급성장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지금의 CXO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네이버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만들어가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현장에서의 혁신과 소통이 더 빠르고 활발해지는 조직으로 네이버를 본격적으로 바꿔 나가자고 경영진에게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사회 제안에 한성숙 대표이사 등 경영진도 공감하고, 새로운 조직체계와 문화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네이버 경영진은 실무 TF를 구성해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충분히 협조하기로 했다.
변대규 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뤄지는 경영 체계의 변화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새로운 체계에서 네이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단계의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픈마켓 사업자와의 자율 제품안전 협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1.04.22 yooksa@newspim.com |
◆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인정...최인혁 COO 도의적 책임지고 사의
변대규 의장은 이번 직원 사망 사건을 조사한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변대규 의장은 조사결과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대상자들에게는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각의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최인혁 COO의 사의 표명이다. 네이버는 최인혁 COO의 사의 표명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결정과는 별개이며 도의적 책임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다른 법인 직책은 유지된다.
앞서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최인혁 COO와 해당 임원의 책임리더 등의 직무정지를 권고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최인혁 COO는 지난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와 삼성SDS에서 함께 근무했던 최측근 인물이다.
한성숙 대표도 다시 한 번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네이버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는 어떤 것일지 등을 고민하고 세워나가는 노력을 CEO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바꿔 나가겠다"며 "추가적인 문제 사안이 있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더 나은 회사로 바꿔 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네이버 노조은 회사 측 발표와 별개로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 조사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자체 조사인 만큼 이날 발표와 결이 다를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노조에 따르면 네이버 경영진이 가해자들을 비호한 정황이 확인돼 규탄에 나서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한성숙 대표와 이해진 GIO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앞서 네이버 한 직원은 지난달 25일 성남시 분당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현장에서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발견했는 데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네이버의 조직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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