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대해 '굵고 짧게'라며 속도를 내려는 듯 했지만 65세로 정년 연장 등 카드를 꺼내들면서 사측과의 갈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지난주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는 일괄제시안을 요구하고 사측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는 이번주 교섭이 여름 휴가 전 타결을 위한 마감 시간으로 보고 제시안이 없을 경우 파업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은 여전히 비용 중립성을 강조하며 핵심 요구안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노조의 인내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파국을 원한다면 기꺼이 총 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부터 화, 수, 목 주 3회 교섭하고 있다. 노조는 ▲국민연금연계 정년 65세 연장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30% 지급기준 마련 ▲산업 전환에 따른 미래협약 등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요구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는 정년 연장에 대해 "조건없이 수용하는 것이 회사의 자세"라고 하는가 하면, 기본급 인상에 대해선 "작년 교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어려움으로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을 동결했다. 올해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현대차] 2021.06.28 peoplekim@newspim.com |
업계에서는 노조가 상견례 한 달만에 협상 강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총파업 및 응징 등을 남발하는 것과 함께 노사 의견 도출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노조의 '속도전'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기본급과 성과급 등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특히 정년 연장 요구는 젊은 세대들과의 갈등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 노사의 지난해 임금교섭은 상견례 시작 후 40일만에 합의했다.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상황을 공감, 임금을 동결해 산업계 모범으로 평가받았으나 올해는 딴판으로 해석된다.
단적으로 전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MZ세대에 대한 현대자동차 노사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글을 게시하며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그는 "노조는 정년이라는 부분에 집중해 말로는 5만 조합원을 대표한다면서 실제로는 향후 몇년이내 정년 퇴직할 약 1만 여명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 회사를 짊어지고 키워야할 원동력인 MZ세대를 버렸다"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은 현대차 외에도 기아, 한국지엠(GM) 등 국내 완성차 3개사 노조가 공동 요구 중이다. 지난 15일에도 "정년 연장은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청년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는 청원이 등장하는 등 현대차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에 젊은 세대들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을 주도하기 위해 장기화 수순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현대차 노조의 이기적인 발상이 또 다시 '귀족노조' 등 비판을 불러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