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자산시장의 강세 흐름에 월가가 불편한 표정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2023년 금리인상 예고에도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고점을 갈아치우는 한편 주택 가격이 30년래 최대 폭으로 치솟자 버블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번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각) S&P500 지수는 장 초반 4299.8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나스닥 지수 역시 이날 장중 1만4535.97로 최고치를 찍은 뒤 상승폭을 축소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연준이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상밖의 금리인상을 예고했고,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이 공식 발표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주가는 고집스럽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황은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 S&P 코어로직 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4.6% 치솟았다. 이는 30년래 최대 상승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20개 대도시의 집값 역시 14.9% 뛰었다. 3월 13.4% 오른 데 이어 상승폭을 더욱 확대한 셈이다. 10대 도시 주택 가격 역시 14.4%에 달하는 폭등을 연출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연준이 방출한 유동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모기지 채권을 시작으로 테이퍼링에 돌입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산 가격의 상승이 한계 수위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하반기부터 미국 성장률의 V자 회복이 꺾일 가능성이 높고, 연준의 이른바 바주카 역시 종료 수순으로 접어드는 만큼 자산 시장의 상승 열기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슈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버블에 해당한다"며 "연준의 정책 전환을 감안해 투자자들은 지금부터 버블 붕괴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저점에서 뉴욕증시가 수직 상승을 연출하는 과정에 든든한 동력으로 작용했던 유동성 공급이 반전을 이루는 데다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경제 활동 재개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는 상황도 최고치에 오른 증시에 상당한 악재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아이오와의 주택 시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재정 및 통화 정책 측면의 부양책, 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했다.
소득 대비 집값과 임대료 대비 주택 가격 등 주요 지표가 이미 적신호를 내고 있고, 미국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당 지역에서 지표가 2008년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뉴질랜드와 캐나다, 스웨덴, 영국의 주택 시장 버블 붕괴 리스크가 높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모틀리 풀은 주택 시장의 대규모 압류 사태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팬데믹 사태에 실직하거나 임금이 삭감된 이들에게 모기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한시적인 제도가 종료되면서 후폭풍이 몰려 올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최근 '빅 쇼트'로 알려진 투자가 마이클 베리 역시 자신의 트윗을 통해 "주식을 포함한 주요 자산 시장의 버블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른바 밈 주식부터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까지 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거대한 버블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동성 공급과 투기 거래가 초래한 자산 버블이 위험 수위까지 몸집을 확대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