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법 시행 전 행해진 미성년자 강제추행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소급적용하도록 허용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부칙 제3조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1.01.28 yooksa@newspim.com |
헌재는 "헌법이 규정한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행위의 가벌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소시효에 관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효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소추 가능성은 가벌성의 조건이 아니므로 공소시효의 정지 규정을 과거에 이미 행한 범죄에 대해 적용하도록 하는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언제나 위배되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성폭력처벌법의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놨다. 신뢰보호원칙이란 '개인은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률의 기준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침해받은 신뢰 이익은 '범인필벌'이란 실체적 정의 요청과 필연적으로 충돌되는 것이므로 상반되는 두 가지 이익을 조정함으로써 보호 범위 정도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죄질이 매우 나쁜 성폭력범죄에 대해선 가해자가 살아있는 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형사처벌 가능성을 연장함으로써 그 범죄로 인해 훼손된 불법적인 상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제한되는 성폭력 가해자의 신뢰 이익이 가해자 처벌을 통해 훼손된 불법적인 상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실체적 정의라는 공익에 우선해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은 2005년 1월경 위력으로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추행하고, 같은 해 5~6월과 12월 또다시 강제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로 12년이 지난 시점인 2017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청구인이 범한 강제추행죄는 형사소송법상 법정형 상한이 징역 15년,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런 가운데 2010년 4월 15일 구(舊) 성폭력처벌법이 제정·시행됐다.
해당 법 제20조 제1항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날부터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위 조항은 같은 법 부칙 제3조에 따라 법 시행 전 행해진 성폭력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적용됐다.
이후 2012년 12월 18일 개정돼 2013년 6월 19일 시행된 성폭력처벌법에서는 기존 제20조 제1항이 내용상 변화 없이 제21조 제1항으로 이동했다. 개정된 특례법에서도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법 시행 전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하도록 했다.
법원은 성폭력처벌법 개정 규정에 따라 판단했다. 청구인은 2018년 11월 9일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행위시가 아닌 사후에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조항으로 헌법이 규정한 형벌불소급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의 생년월일에 따라 공소시효의 기산일이 달라지도록 함으로써 공소시효 만료일이 불명확하게 돼 명확성 원칙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헌재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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