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정부가 생업 등 개인 사정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들에게 늦어도 이달 내로 철수 요청 절차를 마칠 예정이며, 불응 시 여권법에 따른 고발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철수를 본격화하면서 아프간 곳곳이 탈레반의 수중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8~30일 다자외교조정관이 이끄는 본부 안전점검단이 지난주 아프간에 다녀왔다. 점검단은 현지 체류 중인 재외국민을 면담하고 다시 한 번 조속히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며 "정부의 철수 요청에도 아직 일부 재외국민이 생업 등 개인사정을 이유로 현지에 체류 중"이라고 말했다.
[카불 로이터=뉴스핌] 박진숙 기자=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이 11월 2일(현지시각) 무장 괴한의 카불대 공격 후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2020.11.03 justice@newspim.com |
아프간은 여권법상 '여권사용금지국가'로 지정돼 현재 체류 중인 재외국민들은 예외적으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당국자는 "(남아 있는 일부 국민들은) 철수에 동의했다"며 "추가적으로 (철수를) 요청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아프간은 여행하지 말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보다 상위인 '여행금지'(여행경보 4단계)로 지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아프간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고 일반 국민들은 아프간에 들어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은 국민들은 '3개월 체류 허가'를 받고 아프간에 머물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7월말까지 머물 수 있다. 당국자는 "(현지 치안상황 악화로) 7월말 이전이라도 계속 나가도록 요청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만약 체류 국민이 계속해서 정부의 귀국 요청을 거부할 시 여권법 제26조 3항에 따라 고발조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외교부는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철수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아프간 대사관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정세와 여타국 동향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4월 미국이 아프간 철수 시한을 발표함에 따라 현지 치안이 급속히 악화하고 탈출로가 없어지는 상황 등을 우려,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현지 체류 중인 재외국민들에게 6월20일까지 철수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아프간 전쟁을 주도한 미국이 오는 9월 11일을 시한으로 철군을 본격화하면서 미국과 영국 등 국제동맹군의 공백이 발생한 지역을 탈레반이 빠르게 장악해나가고 있다.
WSJ는 4일(현지시각) 미군이 지난주 바그람 공군 기지를 반환한 뒤 최근 며칠간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수십 개의 행정구역을 장악했다며 "바그람 공군기지 반환이 아프간 북·동·남부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해온 탈레반에게 모멘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34개 주, 431개의 디스트릭트(district)가 있는데 탈레반은 이 가운데 북부 지역 중심으로 120여 디스트릭트를 장악 중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프간의 여러 지역에서 정부군이 별다른 전투도 벌이지 않고 탈레반에게 맥없이 투항하고 있다며 "20여 년 전 대(對) 탈레반 전투 거점이었던 아프간 북부 바다크샨 지방에서는 300명이 넘는 정부군 병사들이 진격하는 탈레반을 피해 국경을 넘어 타지키스탄으로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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