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조선사는 해양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수주를 기대하는 반면, 항공사 등은 항공유 가격 급증으로 인해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17.77원/ℓ으로, 지난달 29일 1600원선을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을 넘은 것은 2018년 11월초 1615원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2018년 12월말부터 1400원/ℓ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최근 9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 인상은 국제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1월초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3.51달러에서 반년 만에 73.29달러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뛰었다.
우리 정부도 휘발유 가격이 코로나19 이전을 상회하는 만큼, 국내 원유수급 및 석유제품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는 한편, 고유가 상황을 악용한 사재기 등 폭리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특별점검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시장 긴급점검 회의'를 열어 최근 국제유가 동향과 국내·외 석유제품의 시장가격을 진단하는 한편 국내 정유사의 석유수급 현황과 석유유통, 비축현황 등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미국 중재, 사우디-러시아 협력 등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향후 원만한 합의 도출을 통해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을 비롯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당분간 휘발유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휘발유 값에 포함된 교육세 등 세금이 많아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정유사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오피넷 캡처 2021.07.08 peoplekim@newspim.com |
관련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경기 부양 정책에 따라 각 산업이 회복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인 9000만대 수준까지는 못 미치지만 올해 8000만대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9000만대 규모는 최대 호황기 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 집계 결과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7766만대로, 전년인 9028만대 대비 14% 감소했다.
조선사도 유가 상승에 따라 해양개발에 대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각각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장비(FPSD) 수주에 참여해 건조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사 수주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항공, 해운 등은 유가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걱정거리다. 단적으로 해운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물동량이 감소했으나 올해 교역이 늘면서 물동량이 회복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유류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낮아지게 된다.
다만 해운사들이 사용 중인 벙커C유 가격 변동 폭은 작은 반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오른 탓에 항공사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일 기준 통합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0.53달러로 지난해 동월에 견줘 79.9%, 전월 대비 5.4% 각각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를 확대할 요인으로 볼 수 있으며, 국제유가 상승은 해상플랜트에 강점이 있는 한국 조선사의 수주 증가를 기대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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