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제임스 호어 전 북한 주재 영국 대리대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평양 주재 공관 개설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북미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호어 전 대리대사는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평양 주재 대사관을 통해 정보와 인맥을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2년 제임스 호어 대리대사 부부가 영국 여왕 생일을 맞아 평양 대동강에서 선상 행사를 열었다. [사진=제임스 호어/VOA] |
지난 2001년 북한 수도 평양에 영국대사관 설립을 주도했던 호어 전 대사는 한국과 중국 주재 영국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영국 외교부 북아시아태평양 연구팀장을 지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넘게 영국대사관이 폐쇄된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불행한 일이지만 이해는 간다"며 "북한은 앞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때도 국경을 닫았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 주재 영국대사관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당초 기대했던 만큼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정보와 접촉의 원천이 되고 있다. 북한이 국경을 닫으면서 외교 인력을 교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대북 제재 상황 속에 북한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북한에 현금을 들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외교관들과 구호요원들은 북한 내 이동의 자유가 없었다. 따라서 대사관이 폐쇄된 것은 슬프지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2000년 영국이 북한과 수교를 맺게 된 배경에 대해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한 것이 영국과 북한 간 양자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두 나라 관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약간의 무역이 있었고, 1992년부터 진행한 정치적 대화도 큰 성과가 없었다"며 "평양에 대사관을 낸 이유는 당시 한국의 김대중 정권이 다른 우방국들도 대북 포용정책에 참여하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이때 영국과 독일이 북한과 수교를 맺었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협력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스웨덴도 북한에서 오랫동안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유럽의 북한 관여는 북한이 미국과 정식으로 맺고 싶어하는 관계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외교가 펼쳐질 때 언급된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에 대해선 "제가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미국에는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관리들이 많지만 북한에 파견된 관리는 없다. 미국이 평양에 상설대표부를 둔다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게 된다. 현장에서 보고 활동한 내용으로 '원격 분석'을 보강할 수 있다. 빌 클린턴 정부 때도 연락사무소 설치가 추진됐었다. 실현된다면 (양국 관계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 북미 협상 과정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왜 추진하면 안 되냐"며 "미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다. 하지만 외교관계와 대사관이 어떤 보상은 아니다. 그저 국가들 간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미북 간 협상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다. 현재는 제3국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연속성도 없고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역설했다.
영국이나 유럽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의향이 있겠느냐는 물음에는 "유럽이 관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다른 나라들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열의를 보인 적이 없다. 이 문제가 미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과 같은 역내 국가들과는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본다. 유럽연합이나 영국이 앞으로도 (북한) 핵 문제에서 직접적이며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2001년 가을 황해도 해주시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UNICEF) 아동 백신 접종 활동에 제임스 호어 대리대사가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임스 호어/VOA] |
내년에 한국에 부임하는 콜린 크룩스 북한 주재 영국대사의 인사 배경에 대해선 "크룩스 대사는 진정한 (한반도) 전문가다. 한국어도 구사한다. 또 한국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북한대사직도 가능한 범위에서 훌륭히 해냈다"며 "이번 임명은 크룩스 대사를 존중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고, 한국어 구사자를 서울에 배치하고 싶다는 결정이다. 특별할 것은 없다.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한국과 북한 양국에 동일한 외교관을 교차해서 파견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대리대사로 근무했을 때보다 북한 주재 영국대사관이 확대됐느냐는 질문에 "대사관이 더 커졌다. 제가 있을 때 처음 영국인 외교관 2명으로 시작했는데 4명으로까지 늘어났다. 이제는 영국인이 5명 근무하고 북한인 의사도 있다. 영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사관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 직접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관은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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