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지난해 한 중학교 교사들이 학생회 선거 후보자 공약과 연설문을 미리 보고 수정을 지시하는 등 사전 검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해당 교사가 학생들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13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중학교 학생자치위원회 선거 과정에서 학생생활안전부장 A교사는 후보자로 나온 B학생에게 공약과 연설문을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B학생은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는 학칙을 변경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공약이 학생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줄 수 있다는 게 A교사 주장이다. A교사는 B학생에게 전화로 재차 공약 수정을 권했고 결국 공약은 수정됐다.
학생생활안전부는 또 후보자로 나온 학생들에게 연설문을 이메일로 미리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특히 연설문 내용은 학생부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생활안전부는 더 나아가 연설문에 '공약을 지키기 위해 추진·노력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지침도 줬다. 공약은 공약일 뿐 확정된 내용이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학교 밀집도 기준이 기존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수도권 중학생 등교가 확대되며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일 등교가 가능해진 14일 서울 동대문구 장평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2021.06.14 photo@newspim.com |
또 학생자치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들이 제출한 연설문을 검토한 후 표현 순화와 내용 삭제를 지시했다. 예컨대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에 내용 삭제 등을 지시했다.
해당 학교는 혼탁해지기 쉬운 선거 운동을 관리하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후보자 공약과 연설문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하라고 지도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교사가 학생들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교사가 공약과 연설문을 검토해 수정을 권고하는 것은 교육적 차원의 행위라도 사실상 공약과 연설문 내용을 검열·제한하는 그릇된 관행"이라며 "교육을 빌미로 아동이 누려야 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생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교사에 의한 공약과 연설문 검토 행위를 중단하고 학생자치위원회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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