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사업비 2조원이 넘는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을 놓고 10대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강남의 '노른자위 땅'인 잠실운동장 부지 개발권을 따낼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사업의 최초 제안자인 글로벌복합마이스(한국무역협회 외 16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를 넘어서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뭍밑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복합개발 경험이 풍부한 한화건설과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유력 후보로 점쳐지며,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과 하나금융그룹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좁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10대 건설사, 잠실마이스 개발 '군침'…사업자 바뀔지 '주목'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GS건설,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현재 1단계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서류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10대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잠실 마이스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 제3자 제안 공고를 냈다. 오는 19일이 1단계 입찰참가자격 PQ 마감이며 2단계 평가서류는 오는 10월 18일 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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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평가에서는 제출서류, 사업수행능력(설계·시공·운영·재무능력)을 평가한다. 평가결과에 따라 '통과' 또는 '탈락'으로 나뉜다. 2단계 평가는 1단계 평가를 통과한 사업제안자에 한해 '기술 부문', '가격 및 공익성 부문'으로 구분해 실시한다. 2단계 평가점수가 높은 순으로 협상대상자를 지정한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5 잠실운동장 일대 35만7576.2㎡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9년경까지 전용 12만㎡ 내외 전시·컨벤션 시설과 3만5000석 안팎의 야구장, 1만1000석 안팎의 스포츠 다목적시설, 수영장 등을 짓는 게 목적이다. 부속시설로 호텔 900실 안팎과 문화·상업시설, 업무시설도 들어선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제3자 제안공고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예정) ▲2022년 말 실시협약 체결(예정) ▲2023년 착공(예정) ▲2029년 준공(예정) 순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의 최초 제안자는 글로벌복합마이스(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다. GS건설, 대우건설은 건설투자자(CI)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아직 구성 중으로 정확한 지분율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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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소유의 코엑스(COEX)는 사업지인 잠실운동장, 지난 6월 착공한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작년 5월 착공한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인접해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초 제안자가 받는 우대점수율은 없으며 이번 제3자 공고로 시행자가 바뀔 수도 있다. 또한 사업제안자는 공고사업비인 2조1672억원(2016년 1월 1일 불변가격)를 초과해서 제안할 수 없다.
사업비가 2016년 기준으로 돼 있는 것은 서울시가 PIMAC에 사업적격성 조사를 의뢰한 시점이 2017년이기 때문이다. 다만 추후 실시협약을 체결할 때는 연간 1.09%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현실화된 기준으로 사업비를 책정할 예정이다.
◆ 민간사업자, 40년간 운영권 획득…자기자본 15% 유지해야
사업 방식은 수익형 민자사업(BTO)이라서 재정지원이나 최소운영수입 보장이 없다. 민간사업자는 시설을 건설(Build)한 뒤 이를 국가에 기부채납(Transfer)하고 40년간 운영(Operate)해서 투자비를 회수하게 된다.
BTO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건설에 들어간 비용과 사업수익을 직접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클 수 있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건설사로서는 자금 여유가 많아도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쉽게 BTO 방식의 사업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사업은 수익성이 높아서 업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비용편익분석(B/C) 비율은 1.019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B/C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
또한 사업의 순현재가치(NPV)는 1496억4500만원으로 평가됐다. 순현재가치는 어떤 사업의 가치(타당성)를 나타내는 척도 중 하나다. NPV 수치가 0보다 작으면 타당성(가치)이 없는 사업, 0보다 크면 타당성(가치)이 있는 사업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분석을 종합한 AHP(계층화분석법) 분석에서는 사업 시행 평점이 0.538로 산정됐다. AHP는 경제성·정책성·재무성 등 4개 분야 16개 세부항목에 대해 실시하는 종합평가로, 수치가 0.5 이상이면 사업시행의 타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 요건도 갖춰야 한다. 우선 사업제안자는 건설기간 동안 자기자본비율을 총 민간투자비의 1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예컨대 2조1672억원이 총 민간투자비면 이 중 15%인 3250억원은 사업제안자가 공사기간 동안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운영기간 동안에는 10% 이상인 2167억원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한다. 운영기간은 40년이 원칙이지만 총 사업비 및 사용료 수준 등을 고려해서 협상으로 결정한다.
◆ 한화·롯데·현산 유력후보…무역협회 vs 하나금융 컨소 2파전?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유력한 후보로는 한화건설과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꼽힌다. 우선 한화건설은 이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정차하는 서울역, 수서역 복합개발사업을 독차지하면서 개발사업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만약 한화건설이 이번 잠실운동장 개발사업까지 수주하면 GTX-A가 지나는 삼성역 인근 잠실에까지 깃발을 꽂게 된다. 특히 한화건설이 진행중인 다수 사업들은 잠실운동장 개발과 성격이 유사하다. 총 사업비 1조7000억원 규모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컨벤션 시설,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을 조성해 '강북의 코엑스'를 만드는 게 골자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6.03 sungsoo@newspim.com |
9000억원 규모의 대전역세권 개발사업도 주거, 업무, 판매, 문화, 숙박 등 복합시설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광교복합개발사업은 총 3만836㎡ 규모의 수원 컨벤션센터 지원시설용지에 백화점, 호텔, 주거용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화건설로서는 잠실운동장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칠 만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셈이다.
또한 롯데그룹은 이전부터 잠실을 주요 '텃밭'으로 삼아왔다. 잠실에는 롯데그룹 사옥인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를 비롯해서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마트가 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4공구 건설공사(기본도급액 1117억원)도 롯데건설이 맡고 있으며, 지난 2017년에는 롯데건설이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수주했다.
롯데건설은 복합개발 경험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KT구의역세권 복합개발사업(기본도급액 6141억원), 화성 동탄2신도시 복합환승시설 중심앵커블럭공모(5358억원), 부산북항복합개발(2653억원), 광명의료복합클러스터 조성사업(2504억원), 송도형지글로벌 패션복합단지(1087억원), 신사역 복합시설 신축공사(504억원), 상암DMC복합몰신축공사(50억원) 등을 맡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 [사진=뉴스핌DB] 2020.02.17 hj0308@newspim.com |
HDC현대산업개발은 역세권 개발에 강점을 가진 업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 공릉, 용산철도병원 부지 개발 등 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의정부 주상복합, 광운대역세권 개발, 공릉역세권 개발은 GTX-C 노선과 인접해 있다. GTX-C 사업이 진행될 수록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사업지의 가치가 오르게 된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GTX-C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숨은 승자는 현대산업개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GTX-A노선, GTX-B노선에도 사업장을 다수 확보해놓은 상태다. GTX-A노선의 경우 파주 서패동 도시개발 사업을 갖고 있으며 GTX-B노선에는 용산 철도병원 부지개발, 용산 전면공원 지하 개발, 용산 아이파크몰 개발·운영사업 등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서 이전보다 공사비는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잠실 주요 요지를 개발하는 사업인 만큼 주요 건설사들은 전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도 이 사업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며 "향후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과 하나금융그룹 컨소시엄의 양강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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