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현직 검사장과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가 유착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이 불거진 지 1년 3개월여 만에 내려진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홍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행동이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취재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21.07.16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이철은 항소심 계속 중인 사건 등에 관해 법률적 조력을 받고 있었으므로 이동재가 서신에서 수사 강도가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이미 알고 있었고 달리 검찰과 연결돼 있다고 믿을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철은 2차 서신을 받고 또 다시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빠졌다는데, 징역 12년이 확정된 점 등에 비춰보면 종전 사건에서 억울하게 처벌받았다는 주관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사실과 같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장해석이고 문언적 의미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제보자X' 지모 씨와의 만남과 관련해서도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모두 녹취하고도 이철이나 법률 대리인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이철도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른다고 하는 점 등을 보면 제대로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신라젠 수사 관련으로 처벌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중간 전달자에 의해 왜곡된 것으로 피고인의 행동을 강요미수죄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행위가 취재윤리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홍 부장판사는 "특종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하고,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한 선처 가능성을 거론하며 회유하려고 했다"며 "이는 취재윤리 위반이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이기에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만을 좇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선고가 끝난 뒤 입장문을 통해 "'검언유착' 의혹은 이제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지휘 하에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젊은 기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떠한 정치적 배경으로 이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은 없었는지, 제보자와 MBC 및 정치인간의 '정언유착'은 없었는지 동일한 강도로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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