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KT가 5세대 이동통신(5G) 단독모드(SA) 상용화를 선언하자 통신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오히려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통신 3사는 그간 5G 서비스를 3.5GHz 주파수 대역에서 비단독모드(NSA)로 제공했다. 이동통신망은 크게 '머리(코어망)-동맥(전송망)-모세혈관(기지국)'으로 나뉘는데, 서비스 초기에는 5G 코어망이 갖춰지지 않아 4세대 이동통신(LTE) 코어망에 5G 기지국과 LTE 기지국을 함께 사용했다.
KT의 5G SA는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한 기술이다. 5G 코어망을 구축해 5G 기지국과 단독으로 연결되는 개념이다. '순수 5G', '진짜 5G'로 불리는 이유다.
5G SA는 LTE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5G에 전달돼 배터리 소모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시간도 0.001초로 단축된다. 이른바 초저지연으로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관련 기술들은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어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전방에 있는 물체를 인식하면 곧바로 제동장치를 작동시켜 멈출 수 있어야 하는 식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도 강점으로 꼽힌다. 5G에서는 각 기지국이 용도에 따라 네트워크를 분할해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적재적소에 가상망을 제공한다. 각기 다른 기술적 특성에 맞춰 물리적으로 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는 만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속도 변화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이론상으로 따져볼 때 기존 NSA 모드의 다운로드 속도는 LTE망 최대 속도 1Gbps(초당 기가비트)와 5G망 최대 속도1.5Gbps를 더한 2.5Gbps다. 하지만 SA 체제에서의 최대속도는 LTE망을 뺀 1.5Gbps에 그친다. 물론 이론상 최대속도가 현실에 반영되지 않지만 5G 기지국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속도 저하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소비자들은 5G를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인식한 지 오래다. 애초 통신 3사와 정부는 지난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당시 최대 속도를 LTE의 20배인 20Gbps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품질평가에서 통신 3사 속도는 모두 1Gbps 이하였다. 이용자들 누구도 20배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통신 3사를 상대로 최근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 불만이 최대치에 달한 상황에서 KT의 5G SA 상용화는 품질 논란을 재차 야기할 수 있다. KT는 속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기대에 못 미친 속도가 더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SA 상용화를 기술적으로 완성했지만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KT의 5G SA모드에 대한 속도 평가는 하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품질평가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KT가 국내 통신사 최초로 5G SA 상용화 서비스를 승부수로 띄운 상황에서 기대와 우려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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