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메타버스 열풍이다. 단순한 놀이에서 이제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이라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라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이다. 이용자들은 각자의 아바타로 메타버스에 참여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51조원이다. 2025년 시장규모는 315조로 전망된다.
[사진 = 제페토(왼쪽)와 이프랜드(오른쪽) 초기 화면 사진] |
◆모험 게임부터 기업 브랜드 간접체험까지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은 네이버의 '제페토(ZEPETTO)'다. 가입자만 2억명이 넘는다. 여기에 SK텔레콤이 '이프랜드(ifland)'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에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봤다.
제페토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손쉽게 다운 받을 수 있었다. 구글 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수가 5000만 이상이었다. 사용 연령은 만 3세 이상.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었다.
설치 후 가입 절차를 밟았다. 생년월일과 이용 약관을 동의하고 캐릭터 선택창으로 넘어갔다. 남여 26명의 캐릭터가 저마다 움직이고 있었다. 잠옷 차림에 잠에서 덜 깬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거북목의 남성 캐릭터를 선택했다.
출석 이벤트가 화면에 나타났다. 매일 출석하면 '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누적 출석일이 늘어날수록 보상도 더해졌다. 캐릭터 생성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퀘스트'를 수행했다. 모두 7개의 제페토 교육과정으로 완수하면 코인과 '잼' 등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코인과 잼은 제페토 내에서 취득하거나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다. 주로 캐릭터를 꾸미는 데 사용되며 코인보다는 잼이 희소성이 높았다.
방에 입장하기 전 캐릭터를 내 얼굴로 바꿔보고 싶었다. 프로필 설정에서 얼굴 인식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비슷하게 나온 것 같다.
[사진 = 제페토 삼성 갤럭시 하우스에서 찍은 사진] |
화면을 아래로 내려보던 중 '동물탐험대'라는 방에 입장했다. 미션을 수행하며 동물을 구출하는 방이었다. 화면 왼쪽에는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키패드가 있었고, 가운데 아래에는 음성 버튼을 눌러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
메시지 입력과 사진·동영상 촬영 기능도 있었다. 오른쪽 상단에는 친구 초대와 링크 공유, 환경설정 기능이 차례로 있었다. 방을 나가거나 다른 방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입장한 김에 동물 구출에 나섰다. 동물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공중 위에서 장애물을 통과하며 150단계를 거쳐야했다. 추락하게 되면 세이브 포인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32단계에서 그만뒀다.
다음으로 삼성 갤럭시 하우스를 찾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삼성 갤럭시 제품이 소개되고 있었다. 삼성이 이번 도쿄올림픽 글로벌 파트너란 점도 홍보되고 있었다. 적당한 위치에서 셀카를 찍어봤다.
해외 명품 브랜드 구찌와 크리스찬 루부탱도 찾았다. 전시된 물품을 직접 입어볼 수 있었다. 다만 제품 구입을 위해서는 잼이 필요했다. 남성 캐릭터였지만 여성용 구두도 신어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꼭 방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콜라버레이션 샵'에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착용해 볼 수 있었다. 미스터 앤 미세스 이탈리 등 고가의 해외 명품부터 익숙한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퓨마 제품도 있었다. 의류 외에도 크리스챤 디올 등을 선택해 메이크업을 할 수 있었다.
[사진 = 제페토 내 크리스찬 루부탱 매장에서 물건을 둘러보는 모습] |
◆후발주자 이프랜드, 격차 보이지만 '강점'도
SK텔레콤의 이프랜드에 접속해봤다. 로그인은 SK텔레콤 T아이디와 페이스북, 구글로 가능했다. 구글로 접속해 약관을 동의하고 캐릭터 선택창으로 넘어갔다. 네이버의 제페토는 즉시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프랜드의 경우 T아이디 등을 우선 가입해야 접속할 수 있었다. 사용 연령은 만 12세 이상이었다. 만 3세 이상인 제페토와 차이가 있었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프로필을 편집했다. 꽤 다양한 소재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었지만 제페토와 같은 얼굴 인식 카메라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여러 방이 보였다. 방장의 프로필과 함께 대화 주제가 차례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방에 들어가봤다. 한 교실 안에 여러 사람이 있었고 방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화를 주도했다. 책상에 앉아 듣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중간에 한 사람이 비속어를 내뱉자 방장은 주의를 주며 "마이크를 닫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면 구성은 네이버 제페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제페토에서는 점프가 가능했지만 이프랜드에서는 걷기만 가능했다. 제페토에서는 셀카 모드 사진 촬영과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었지만 이프랜드에서는 아바타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만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행동 모션을 통한 의사 표현은 두 앱에서 모두 가능했다.
[사진 = 이프랜드에서 한 방에 참석해 사용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
이프랜드는 친목 모임 성격이 강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제페토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게임과 브랜드 체험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카카오 음성 SNS '음(mm)'이나 미국의 클럽하우스를 아바타 형식으로 재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제페토는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 비해 이프랜드는 이제 막 출시한 신생 플랫폼이다. 22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이프랜드 다운로드 수는 50만 이상에 불과하다.
다만 방 개설은 이프랜드가 훨씬 수월했다. 이프랜드는 방 제목과 태그 등을 입력하기만하면 16개 테마 중 하나를 골라 방을 만들 수 있었다.
제페토는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PC전용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야 했다. 모바일 버전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설치했지만 상당히 복잡했다. 유튜브에 사용방법을 설명해주는 동영상들이 있었지만 숙달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공간의 질적 부문에서는 제페토가 우위를 점했다.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과 파워포인트 무료 템플릿과 같은 공간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프랜드는 회의나 발표, 미팅 컨셉에서 제페토보다 강점을 보였다. 이프랜드는 한 방에 최대 13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공간 제작이 제페토보다 간단한 만큼 비대면 회의 진행이 수월하다. 향후 수용 인원이 확대된다면 대형 콘퍼런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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