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택배 저상차량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업계, 노조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통해 저상차량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지만 결과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노사가 다른 입장을 펴고 있어서다. 현재로서는 고덕동 아파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가 당초 예정된 스케줄대로 이달 내로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저상차 위해요인 조사 놓고 업계·노조 해석 엇갈려…업계, 보완책 마련할 듯
2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상 공원화 아파트 배송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는 오는 30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기로 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서울 고덕동의 한 아파트가 지상 출입을 통제한 것을 계기로 CJ대한통운, 한진 등 택배사들이 저상차량 도입을 허용해줬다고 주장했다.
저상차량은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게 노조 입장이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와 회사 등을 상대로 고발 조치를 예고했지만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법적 대응은 미뤄진 상태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업계와 정부, 택배노조가 참여한 협의체는 지난 5월부터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협의체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고용부의 근골격계 질환 유발 조사였다. 노조의 주장대로 저상차량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문제는 고용부의 조사 결과를 놓고 노사 양측의 해석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최근 고용부가 협의체에 공유한 결과에 대해 노조는 저상차량 운영을 중단할 정도의 위험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노조 주장대로 근골격계 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는 만큼 회사 측이 차량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부 조사 세부 내용의 수치를 해석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의뢰로 전문가들이 도출한 객관적인 자료가 나온 만큼 이를 토대로 저상차량 금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조사 결과를 심각한 위해요인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운영을 중단하는 대신 근골격계 부담을 완화할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업계와 정부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 노조 "합의 도출 못하면 CJ 등 산안법 위반 혐의 고발"…국토부 "합의 도출 노력"
업계와 노조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협의체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30일 마지막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연장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협의에 따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의체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 노조는 강신호 대표와 CJ대한통운 등을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2018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시작된 택배차 지상출입 문제가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된다.
택배업계의 산안법 위반 여부는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산안법상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따라야 하는 사업주에 택배업계가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는 본사와 택배기사가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만큼 택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택배업체가 택배기사의 근로조건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위치라는 이유로 업계의 사용자성을 처음 인정한 점은 업계에 부담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협의체를 통해 노사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중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개별 배송이 중단된 택배상자들을 쌓고 있다. 2021.04.14 dlsgur9757@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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