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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신호 대기 중 뒤에서 살짝 받히는 자동차 사고를 당한 A씨는 치료를 위해 스마트폰부터 열었다. 포털에서 '교통사고 한방병원 VIP'를 검색하고 A씨 집에서 가까운 한방병원에 방문했다. 의사는 교통사고로 입원할 경우 추가 비용 없이 1인실인 VIP병실을 이용할 수 있다며 입원을 권했다. A씨는 크게 아프지 않았지만 합의금을 높일 목적으로 입원을 결정했다.
앞으로 A씨처럼 합의금을 더 받을 목적으로 한방병원 1인실에 장기 입원하기가 어려워진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초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교통사고 한방병원 진료비를 합리화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 한방병원 진료수가 기준 심의·결정 절차 신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진료비는 2조3400억원이었다. 그 중에서 47.4%인 1조1100억원이 한방병원에서 쓰였다. 한방병원 진료비는 지난 2015년 36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2017년에는 5500억원, 2019년에는 960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1조원을 가뿐히 넘겼다. 불과 5년 만에 3배 넘게 뛴 것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27.0%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양방 병의원의 진료비는 1조2000억원에서 1조2300억원으로 300억원 증가했을 뿐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양방병원의 진료비 지출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2019년 기준 한방병원(한의원 포함)은 약 1만5000곳에 불과하다. 전체 의료기관 9만5000곳의 16%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교통사고로 인한 진료비 지출의 약 절반이 한방병원에서 발생하는 것을 두고 보험업계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한방병원의 진료수가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즉 진료수가가 주먹구구식이니 교통사고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장기치료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한방병원도 나쁠 게 없다. 환자가 입원·치료를 장기적으로 병행하면 더 많은 치료비를 보험사에 청구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토교통부가 나섰다. 자배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자배법 제15조(자동차보험진료수가 등) 1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로 명시돼 있다. 이를 '국토교통부장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로 개정한다.
아울러 제15조 3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을 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분쟁심의)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로 적혀 있다. 이를 '분쟁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로 변경한다. 분쟁심의는 특정 진료 행위에 대해 진료 기간 등 적용 기준과 그 가격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지금까지 진료수가 기준을 정하는데 강제성이 없었다면 앞으로는 진료수가 기준을 정하는데 강제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가 기준을 고시하기 전에 분쟁심의가 실질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자배법 개정안은 진료수가 기준을 심의·결정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 급증한 한방병원 과잉진료 논란 줄어들 듯
지금까지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시 진료수가 기준이 세밀하지 않았다. 특히 한방 진료 시술·투약 기준은 '필요 적절하게' 등으로 모호한 기준이 제시됐다. 가령 한방 약침의 수가 기준을 보면 투여 횟수, 대상 상병(증상), 용량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자배법 개정으로 이런 진료수가 기준이 세밀해지면 한방병원에서 급증했던 과잉진료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심의가 치료행위는 물론 약제의 수가 기준 등을 심의·의결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분쟁심의 위원은 총 18명으로 국토교통부장관이 위촉한다. 이중 보험사와 의료계가 각각 6명씩 추천하며, 소비자단체 위원 등도 6명 포함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방병원에 대한 진료수가 등이 세밀해지면 자동차보험 인상 요인도 줄어들 것"이라며 "결국 자동차보험 전체 가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0I0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