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생계형 체조선수'가 30여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1975년생인 46세 여자 체조 선수 옥사나 추소비티나가 그 주인공이다. 태어난 곳은 우즈베키스탄이지만 여러 나라의 국기를 달고 뛰었다. 구소련, 독립국가연합(CIS), 올림픽통합팀, 독일 등 3개국을 대표했다.
[도쿄=뉴스핌] 김용석 기자 = 도쿄올림픽에서 30여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한 옥사나 추소비티나는 눈물을 글썽였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2021.07.26 fineview@newspim.com |
추소비티나는 30여개의 메달을 딴 '체조계 살아있는 전설' 시몬 바일스(24·미국)가 태어나기 5년전에 이미 올림픽에 출전했을 정도의 베테랑이다. 여성 체조 분야에서 올림픽에 8차례 출전한 대기록은 깨지기 힘들다.
체조에서는 보통 스무살이 넘어가면 전성기를 넘어선 것으로 본다. 옥사나 추소비티나가 악착같이 선수생활을 이어간 데에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아들때문이었다.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획득, 아들의 치료비에 보탰다.
추소비티나는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그가 대표 하는 국가의 이름은 계속 바뀌었다.
13세에서 소련 주니어 전국 선수권 대회 기계체조 개인종합 우승후 14세에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1992년엔 독립국가연합을 대표해 바르셀로나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한 레슬링 대표 출신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1999년 아들을 낳았다. 당시 25세였기 때문에 시드니에서 은퇴할 계획이이었다. 기계체조 역사상 출산후 복귀한 선수는 지금까지 10명밖에 없다.
하지만 갑자기 아들이 만2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아 '생계형 체조 선수'가 됐다. 이후 2008년 다행히 아들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는 "어떤 메달보다 아들이 완쾌된 게 너무 기쁘다"라고 했다.
[도쿄=뉴스핌] 김용석 기자 =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옥사나 추소비티나. [사진= 로이터 뉴스핌] 2021.07.26 fineview@newspim.com2021.07.26 fineview@newspim.com |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런던에서는 독일 대표로 출전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선 5위를 해 실망이 컸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려 다시 은퇴를 번복했다. 2016년 우즈벡 대표로 도마 부문 7위를 했다. 그당시 도마 금메달을 딴 이가 시몬 바일스다. 추소비티나보다 20살이나 어리고 자신의 아들보다 2살 어렸던 바일스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은퇴가 예고돼 당시 '마지막 무대 하일라이트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미리 관중들의 은퇴 박수를 받은 셈이다.
도쿄에서는 다시 우즈베키스탄 국기를 달고 돌아왔다.
14위를 기록해 결선에 나갈 기회를 아깝게 놓친 그는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실망은 했지만 난 살아있어 기쁘다. 부상없이 여기까지 왔다. 내발로 걸을수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라고 했다.
옥사나 추소비티나는 "고향인 우즈벡을 대표하게 돼서 자랑스럽고 기쁘다. 경쟁선수들이나 코치진의 성원에 감동했다. 이제 이탈리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녀는 2016년엔 딱 한번 세계랭킹 1위를 했다. 올림픽 무대에선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세계챔피언십에선 금 3개와 은 2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2개와 은4개를 땄다. 또한 유럽챔피언십에선 금 1개와 은 2개를 따냈다. 이슬람국가인 우즈벡 출신인 이슬람 단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46세의 그는 경기를 마친후 코로나19로 인해 텅빈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든 후 눈물을 보였다.
관중이 가득찬 곳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조촐한 은퇴 무대를 가졌다. 하지만 후배 체조 선수들은 SNS를 통해 축하 인사를 보냈다.
미국 체조 선수 알리 레이즈먼은 "영원한 아이콘'이라며 그의 미래를 기원했다. 역시 이 도쿄 대회에 참가중인 스페인 체조선수 마리나 곤잘레스는 "항상 용기를 보여주고 고정관념을 깬 선수였다"며 전설의 삶에 경의를 표했다.
관중은 없지만 마지막 자리에서 그는 선수들과 올림픽 관계자들의 기립박수 속에 제2의 인생을 향해 힘차게 걸어갔다.
기립박수에 눈물을 보인 추소비티나는 "오랜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성원을 받아 너무 기뻐 울었다. 아들이 아팠던 것만 빼면 모두 괜찮았다"라고 덧붙였다.
추소비티나는 지난해 우즈벡 팬 투표를 통해 선정한 '세기의 운동선수상'을 받은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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