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모주 일반 청약이 마무리됐다. 청약 증거금 58조원 가량이 몰리며 SKIET가 세운 역대 최대 증거금(80조9017억원)에는 못미치지만, 중복청약 금지를 감안하면 놀랄만한 기록이다.
놀랄만한 일은 또 있었다. 청약 첫날 '개인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 청약을 자제하라'는 공모주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가 나와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이다.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공모주에 대해 '매도' 의견과 목표주가를 공모가(3만9000원)보다 40% 가량 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앞서 다른 증권사가 내놓은 카카오뱅크 리포트에는 목표가 제시가 없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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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투자증권이 냉철하게 분석한 이유는 이랬다. 카카오뱅크 공모가 확정 시가총액의 프리미엄이 과도한데다, 장외시장 가격도 어이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공모가 산정에 활용한 해외 비교그룹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참고용 리포트였음이 분명했다. 리포트 분량이 무려 35페이지나 됐고, 기업 추정 분석에는 이를 뒷받침할 그래프와 도표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 플랫폼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정확한 사업전망 수치가 없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겐 좋은 정보인 셈이다.
하지만 리포트가 나간 뒤 해당 증권사는 적잖은 곤욕을 치뤄야했다.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수많은 항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당황한 증권사는 해당 카카오뱅크 리포트를 여러 증권사 리포트를 한데 모아 놓는 유료사이트 'FN가이드'에서 내렸다. 지금은 BNK투자증권 홈페이지에서만 이 리포트를 찾아볼 수 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카카오뱅크 매도 리포트를 놓고 '청약 첫날부터 초치는 것 아니냐,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개인 투자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BNK투자증권의 리포트 발간 시점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짧은 수요예측 기간과 공모가 결정 시기를 보면 대충 리포트 발간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일~21일 이틀간 기관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벌였고, 다음날인 22일 오후 5시경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인 3만9000원에 확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직후 바로 다음날 공모가가 정해지면서 카카오뱅크에 대한 리포트 작성 시간이 지난주 금요일 하루밖에 없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카카오뱅크 공모가가 고평가 됐다는 논란이 일면서 섣불리 예측 못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을 자제하라는 리포트가 청약이 끝난 뒤에 나올 경우 자칫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격'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수도 있다.
카카오뱅크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증권사의 지적은 BNK투자증권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이 3.4배 수준이라며 기존 은행의 PBR인 0.4배 수준에 비해 과도하다고 했고, 유안타증권도 기대했던 여신 점유율이 과도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에 대해 하향평가하거나 '매도'를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는 나쁜게 아니다.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리포트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판단력과 균형잡힌 시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밋빛 전망'을 바라는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되레 '매수'를 외치는 리포트가 '독'이 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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