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지난주 카카오뱅크(카뱅)가 성황리에 공모주 청약을 마감했다. 이번 주에는 본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상장 후 주가 흐름으로 쏠리고 있다. 만약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 마감)한다면 카뱅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하게 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은 오는 6일 코스피에 입성한다. 공모가는 3만9000원이다. 따상을 한다면 상장 당일 최대 7만8000원의 시초가로 거래를 시작하며, 상한가를 기록하면 주가는 10만1400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공모주 청약이 끝난 현재도 카뱅 공모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청약 첫날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을 내놓은 보고서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BNK투자증권은 지난달 26일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카뱅 주식에 대해 '매도'와 '청약 자제' 의견을 냈다. 목표주가도 공모가보다 38.5%(1만5000원)나 낮은 2만4000원을 제시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뱅의 향후 공격적인 성공 가정을 감안해도 상장은행 규모 수준의 비이자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카뱅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자제와 저평가 매력이 큰 기존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보다 안전한 투자를 위한 가이드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카카오뱅크] |
카뱅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으로 18조6289억원이다. 금융주 시가총액 1, 2위인 KB금융과 신한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를 뛰어넘는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따상'을 기록한다면 카뱅의 시가총액은 48조1752억원이 된다. 지난 3월말 기준 시가총액은 KB금융이 21조4556억원, 신한지주가 20조3798억원이다. 이를 놓고 보면 카뱅이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17% 이상만 오르더라도 금융 대장주에 오르게 된다.
카뱅의 이같은 급격한 성장에 금융지주들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지난달 22일 상반기 실적발표를 마친 뒤 컨퍼런스 콜에서 "곧 상장을 앞둔 카뱅의 시총이 기존 금융그룹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은행주가 저평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저희는 수익성과 건전성, 배당 안정성까지 더해 '국민주'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뱅은 중금리 대출에 집중해서 고객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시중은행의 목표와는 조금 다르다"며 "저희도 지난해 토스뱅크에 투자했고, 앞으로 함께 시너지를 내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뚜껑(상장 후)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번 공모주 청약에 보여준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처럼 금융권 내부에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금융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 전통적인 은행업으로 볼 것인지 의견이 나뉘지만 앞으로는 이 경계가 일반 금융에서도 모호해질 것 같다. 상장 후 카뱅이 보여줄 서비스 혁신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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