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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장 싸다"...정부 '집값버블' 경고에도 시장엔 냉소만

기사등록 : 2021-07-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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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례 경고했지만 집값 상승률 최고치, 매수심리 더 높아져
정책 불신과 개발기대감 등으로 '영끌' 통제 불가능
공급부족에 '벼락거지' 우려..."내집마련 더 힘들어진다" 확산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집값 버블(거품)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내놨지만 시장에는 냉소적 반응만 확산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이후 5차례 집값 고점을 경고했다. 하지만 주택시장 과열양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는커녕 빈약한 근거를 비웃으며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 5차례 '집값 폭락' 경고했지만...매수심리 더 높아져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집값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주택 가격이 소위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정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를 경고한 것은 지난 5월 말 간부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주택시장이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다 매도호가 중심으로 상승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를 자제하고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맞춰 내 집 마련 시기를 조절해 달라는 요청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 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2021.07.28 kilroy023@newspim.com

이후 6월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지난 28일 국민담화문에서도 "주택가격이 최고 수준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고에도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집값 상승률이 연중 최고치로 상승했고 매수심리 또한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수도권 주간 상승률은 0.36%로 전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 2주 연속 이어진 것이다. 고점 논란이 불거진 하반기 들어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

전세시장도 불안하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5%에서 0.28%로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 2015년 4월 20일 0.30%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매수심리도 매도자 우위로 전환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103.4)보다 상승한 106.8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이후 100 이하에서 움직이다 5개월 만에 매수심리가 반등했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 많음',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 많음'을 의미한다.

◆ 정책 불신에 매수심리 통제 불가능, 공급부족도 걸림돌

정부가 잇단 주택매수 경고에도 시장이 무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중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실수요가 원하는 서울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거래량이 평년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지만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부담에 매수 희망자가 줄었지만 팔겠다는 사람은 더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정부가 계획한 주택공급 계획도 삐걱대고 있다. 서울 유휴지 택지개발을 골자로 한 '8·4 공급대책'이 대표적이다. 과천정부청사와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구 상암동 DMC, 용산역 철도정비창 등을 개발해 3만가구 이상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지만 1년 지나도록 구체적인 사업 절차가 이뤄진 곳이 없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대체지를 찾는 무산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여당이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추진키로 했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계획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수직증축 규제완화 및 내력벽 철거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데다 주택공급 효과보다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청약시장은 소위 '불장'이다. 전국권 로또 청약으로 관심을 모았던 '세종 자이 더 시티' 1순위 청약에 22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만 199.7대 1에 달했다. 청약 접수일은 홍 부총리가 담화문을 통해 '집값 폭락 가능성'을 재차 강조한 날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경고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오늘이 가장 싼 날이란 걸 정부만 모른다", "정부의 판단과 반대로 하면 투자에 성공한다", "빈약약 근거로 매수심리를 잡으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누가 동의하겠나"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이나 공급 시기, 실현 가능성 등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최근 수급상황을 보면 공급이 충분하다고 느끼기 어려워 급격한 주택경기 하락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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