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넥슨 지주사인 NXC 대표 자리에서 16년 만에 내려왔다. 김 전 대표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개인과 회사의 미래 성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대표는 일찌감치 게임 사업보다는 '비게임 영역'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모자 업체부터 민간 항공우주기업까지 다양했다. 김 전 대표가 NXC 대표로 재임하면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투자처는 '가상자산'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었다.
김정주 NXC 대표. [사진=넥슨] |
◆ NXC 대표 재임하며 '탈 게임' 행보… 투자 이어가
김 전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관련 사업에 손을 떼기 시작했다. 넥슨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고 넥슨 일본법인의 등기 이사도 사임했다. 김 전 대표는 투자 회사인 NXC 대표 자리를 줄곧 지키며 '비게임' 영역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김 전 대표는 NXC를 통해 2013년 노르웨이 명품 유모차 업체 '스토케'와 온라인 레고 중개사 '브릭링크'에 투자했다. 2017년에는 한국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고, 이탈리아 고급 동물사료 업체 '아그라스델릭'에 손을 뻗었다. 2018년에는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김 전 대표는 2019년 NXC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의 행보를 감안했을 때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XC 지분은 김 전 대표와 부인,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98.64%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10조원이 넘는 인수가격으로 매각은 불발됐다.
비게임 투자는 계속됐다. 2019년 캐나다 패션 브랜드 '무스패션'과 2020년 이탈리아 펫 푸드 제조기업 '세레레'를 비롯해 올해에는 모빌리티 기술 기업 'FGX 모빌리티' 지분을 차례로 인수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이사(CEO)가 설립한 민간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175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주력 사업이었던 게임에서 벗어난 신산업투자를 매년 이어온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이 중에서도 '가상자산'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NXC는 코빗과 비트스탬프 인수 외에도 2018년 말 미국의 가상자산 중개사 '타고미'에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아퀴스'를 설립한 바 있다.
아퀴스는 지난 26일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운영사 스트리미로부터 가상자산 40억원을 취득한 데 이어 지금까지 총 88억원 가량의 가상자산을 매입했다. 취득한 가상자산은 비공개였다.
◆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김정주의 꿈 이뤄질까
비트코인 투자도 포함됐다. 넥슨 일본법인은 지난 4월 1133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1717개를 사들인 바 있다. 현재는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해 이번 달 초 원금의 40% 이상을 잃었다. 다만 여전히 보유 중이다.
김 전 대표는 가상자산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앞서 김 전 대표는 넥슨 창업 과정이 담긴 책 '플레이'에서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내는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매각 불발 이후 게임사가 아닌 디즈니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추진했다. 게임에서 활용되는 지식재산권(IP)을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매각 추진 당시 김 전 대표는 직접 디즈니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넥슨은 지난해 넥슨 사외이사에 월트디즈니 최고 전략 책임자 출신 '케빈 메이어'를 영입했다. 지난 16일에는 미국 할리우드에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을 신설했다. 총괄책임자는 월트디즈니에서 사업 개발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한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가 맡았다. 넥슨은 그를 넥슨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로 선임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9일 NXC 대표 자리에 물러나면서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뒤를 잇게 된 이재교 신임 NXC 대표도 "김 전 대표는 향후 전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혁신 사업을 구상하고 유망 인재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NXC 대표직을 그만뒀지만 사내이사로 재임하며 등기이사직은 유지하며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김 전 대표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벤처기업 창업자들처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이나 글로벌투자 책임자 등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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