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전격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했다. 당초 8월 초에 입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를 앞당긴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급하게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유로 먼저 지지율 하락이 꼽힌다. 윤 전 총장이 당밖에 있으면서 여권의 표적이 되고, 국민의힘 당원들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입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효과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다르게 정치 선언 이후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원장이 주도권을 갖고 가려고 하자 자신의 대세론을 굳히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7.30 leehs@newspim.com |
◆ 尹, 입당 통해 '불확실성' 제거…지지율 정체 의식했나
윤 전 총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뒤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 선언 이후 32일 만의 입당이다.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입당을 하기 위해 당사를 찾았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을 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입당의 가장 큰 명분은 '불확실성' 제거다. 그는 "사실은 좀 더 다양한 국민들 의견을 당적 없이 경청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제가 한 달 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 뵈니까 그런 불확실성을 없애고, 나중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참여해 국민들께 빨리 알려드리고, 당적을 가진신 분으로도 국민의힘에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제거와 함께 최근 지지율 정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 사퇴 이후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입당과 관련된 피로감이 누적되자 지지율이 정체됐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입당과 관련된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면서 지지자들에게 피로감이 쌓이게 됐다"며 "이왕 들어갈 거 화끈하게 들어가자는 취지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의 입당 이슈로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며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민의힘 입당이라는 이슈를 통해 다시 한 번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재형 전 감사원장. 2021.07.20 leehs@newspim.com |
◆ 최재형 효과 컸다…"尹 전략은 대선 대세론 구축"
윤 전 총장이 전격적으로 입당을 결정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거론된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4일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회동한 뒤 다음날인 15일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후에는 국민의힘의 대선 주자로서 활동하며 윤 전 총장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기 시작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전격적인 국민의힘 입당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효과"라며 "최 전 원장이 당에 들어와서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 국면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이어 "윤 전 총장에게 '당신 언제 입당할거냐'라는 마이크가 계속 최 전 원장에게 가고 있지 않나"라며 "윤 전 총장의 입장에선 입당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 보다 끊임없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숙제로 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민의힘 입당으로 인해 윤 전 총장의 전략이 다 드러났다. 결국 입당을 통해 당내 대세론을 형성하겠다는 뜻"이라며 "당외에서 공격의 표적이 되고, 부담을 계속 안고 가는 것보다 빨리 당에 들어가서 최 전 원장을 제어하며 대세론을 확산시켜야겠다는 전략적 구상이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한 치킨집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2021.07.25 photo@newspim.com |
◆ 尹, 입당 통해 '계파 갈등' 종식…여권 공격 방어
윤 전 총장의 전격적인 입당으로 인해 '국민 캠프'에 합류했던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인사들도 기사회생했다.
당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내 대선주자에 한해서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캠프에 합류해 지원해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이학재·박민식·신지호·김경진·이두아 전 의원, 함경우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등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국민 캠프에 합류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윤 전 총장이 8월까지 입당을 하지 않을 경우 제명 조치를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이날 광양 포스코 제철소 간담회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캠프에 합류한 징계문제는 해결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분들은 윤 전 총장에게 상당히 고마워 하면서 정치활동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이 당외에 있으면서 여권 공격의 표적이 되자 국민의힘이라는 큰 빅텐트 안에 들어가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전 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쥴리 의혹과 더불어 이한열 열사 새겨진 조형물을 보고 "이게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말하며 구설에 오른 점 역시 하루빨리 당에 입당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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