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법 개선에 힘을 보태줄 면역 세포 상태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 감염내과 김연숙·천신혜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 환자들에서 자연살해 세포의 항바이러스 기능이 약화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이같은 기능 변화는 경증 코로나19 환자에서는 일주일 내로 사라지지만 중증 환자에서는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도 함께 규명했다. 항바이러스 선천면역 반응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연살해 세포의 기능 이상을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처음으로 규명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과 충남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자연살해 세포 변화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자료=한국과학기술원] 2021.08.10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인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에 대항해 일차적으로 선천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항바이러스 선천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주된 세포가 자연살해 세로다. 이같은 자연살해 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이는 세포독성 자연살해 세포로, 코로나19 환자에서 이러한 세포독성 자연살해 세포의 수나 기능이 감소돼 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자연살해 세포의 구체적인 변화나 기능감소 기전에 대해서는 규명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한국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단 초기부터 회복 시까지 추적 연구를 수행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질병의 진행 과정에 따라 자연살해 세포에 일어나는 변화를 최초로 규명했다.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의 자연살해 세포의 특성 및 기능의 차이점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최첨단 면역학 연구기법과 유전자 발현 분석을 동시에 활용해 코로나19 환자의 자연살해 세포들에 나타나는 변화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규명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정상인이나 독감 환자와는 달리 코로나19 환자에게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를 발견했다. 이러한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가 일반적인 자연살해 세포보다 세포독성 기능이 감소해 있다는 것도 밝혔다.
이같은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들이 질병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질병 초기에 빠르게 증가하며, 이로 인해 코로나19 환자의 선천면역 반응이 약화돼 있다는 점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코로나19 환자들의 질병 진행 과정에서 자연살해 세포 특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들의 증가 상태가 더 장기간 지속되며 이는 선천면역 반응의 손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에서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의 증가를 발견해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선천면역 반응 손상의 기전을 보고한 연구로 세계 면역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의철 교수는 "중증 환자와 관련 그동안 몰랐던 면역 세포의 상태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중증 환자의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가 증가하면서 오래 지속되는 등의 특징이 있다보니 향후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체크리스트를 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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