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배임 사건이 새롭게 제시된 증거 이후 중대 국면을 맞았다.
1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조대식 의장 측 변호인단은 지난 12일 열린 공판에서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가 절차대로 진행됐음을 입증하는 이메일과 경영진단 파일들을 제시하면서 검찰 공소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동안 검찰이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는 그룹의 자율책임경영지원단(이하 자경단)의 경영진단도 거치지 않고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조 의장 측이 제출한 증거들은 향후 유무죄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제공=SK] |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장석 전 SKC 부회장을 상대로 SK텔레시스 유상증자의 경위와 적법성을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SKC의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는 SKC 이사회가 관련 자료도 받지 못하고 당시 최신원 SKC 회장(현 SK네트웍스 회장)측의 요구로 이뤄진 배임행위며 이 과정에서 조 의장은 최 회장과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자경단이 2012년 5월 SKC 이사회로부터 SK텔레시스에 대한 실사를 요청받은 직후 실사 인력 구성 내용 등 세부적인 경영진단 계획이 담긴 이메일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또 자경단이 당시 2주 넘게 재고조사, 재무상황 파악 등을 위해 담당자들과 협의한 이메일도 증거로 제출했다. 자경단의 경영진단도 없이 유상증자가 진행됐다는 검찰 공소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물증들이다.
특히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박 전 부회장 명의로 SK텔레시스 대표이사에게 보낸 자경단의 경영진단 실사 협조 요청 공문도 공개했다. 이는 자경단의 경영진단 실사를 알지 못했다는 박 전 부회장의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자경단의 경영진단이 제대로 진행됐다는 증거는 계속 제시됐다. 변호인단이 자경단이 제시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자구안의 내용과 숫자를 그대로 인용한 SK텔레시스 보고서와 SKC 이사회 설명자료를 비교하며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박 전 부회장은 본인이 의장으로서 진행했던 이사회의 설명자료와 자경단의 보고서 내용이 유사하다고 인정했다.
박 전 부회장은 변호인 측의 잇따른 증거 제시에 대해 "대표이사가 모든 사안을 다 관여할 수는 없다"면서 자경단의 경영진단 사실을 몰랐다는 종전 주장을 유지했으나 유상증자가 배임이 아니라는 점은 수차례 강조했다.
박 전 부회장은 ▲최신원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고 ▲SK텔레시스가 살아날 수 있는 자구책을 준비했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기로 했던 점 ▲자회사인 SK텔레시스가 부도날 경우 SKC 등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점 등을 이유로 ▲이사회가 스스로 결정한 합리적 경영판단이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진행된 박 전 부회장 증인신문 내용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물증 등을 종합하면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는 자경단의 경영진단과 자구책 마련 등을 통해 SKC 이사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오는 19일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나올 박 전 부회장을 상대로 유상증자 경위 등을 놓고 두 번째 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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