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이른바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물꼬를 틀 전망이다. 15년 묵은 전금법 아래 선불업체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선불충전금 규모가 2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면서 또 다른 머지 사태를 막으려면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6일 예정된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부터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머지플러스 공지문 [캡쳐=머지플러스 홈페이지] 최유리 기자 = 2021.08.17 yrchoi@newspim.com |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의 등을 통해 개정안 필요성을 다시 알리고 9월 정기국회때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이라며 "(고 내정자가) 한국은행에서 온 분이기 때문에 스탠스가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서비스를 출시한 머지플러스는 포인트 충전 후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100만 이용자를 모았다. 머지포인트 10만원 어치를 할인된 8만원에 구입해 가맹점에서 10만원 어치 상품을 사는 식이다.
문제는 이들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사업 확대 과정에서 미등록 문제가 드러났고 금융당국은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서비스 축소를 통보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본사를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는 등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까지 이어졌다.
금융권에선 머지 사태가 예견된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금융감독원이 가이드라인으로 행정지도하는 것 외에는 어떤 규제도 없기 때문이다.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기관에 신탁하고 파산에 대비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게 가이드라인의 주요 골자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업체가 이를 무시하면 속수무책이다. 머지플러스처럼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행정지도마저 받지 않는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을 의무화한 전금법 개정안은 9개월째 답보 상태다.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금융위와 한은이 핑퐁싸움을 하면서 입법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련 거래정보를 제공받는 금융결제원을 금융위가 감독하게 되는데 한은이 이를 반대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머지 같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음알음 퍼지는 서비스가 많은데 이들이 사업자 등록을 제대로 하고 전금법 개정 아래 관리됐다면 이용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선불충전금이 얼마인지 조차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머지플러스 외에도 선불업체들이 관리하는 선불충전금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등록된 선불전자지급업체는 올 3월 말 기준 65개사이며, 이들이 보관한 선불충전금 잔액은 2조4000억원이다. 2016년 9100억원이었던 선불충전금은 5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비대면 결제시장이 커지면서 충전금 규모도 불어난 결과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6년 전금법이 제정됐지만 빅테크 기업의 지급결제산업 진출 등 금융환경 변화를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다"며 "이번 머지 사태와 전금법 개정을 놓고 보면 한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기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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