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다음 달로 미뤄졌다. 여전히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 사이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른 부처들까지 반대하고 나서면서 전금법 개정안에 제동을 건 한은이 힘을 받고 있는 반면 금융위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단 분석이다.
24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금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확산으로 관련 이해충돌방지법 논의가 우선시 됐고, 한은과 금융위 등 관계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 심사가 연기됐다.
사실상 이달 논의는 어렵고, 이르면 4월 7일 보궐선거 이후부터 본격적인 법안 심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핀테크·빅테크 기업에 대한 관리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빅테크의 내부 거래를 외부기관인 금융결제원을 통해야 한다는 '의무화 조항'과 '감독 권한'을 금융위가 가져가는 것을 두고 한은이 크게 반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고유업무인 지급결제 관리 영역을 침해하고 소비자 감시에 동원되는 '빅브라더(국가의 비합법적인 감시체계)' 법이라는 것이 한은의 주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 시작에 앞서 잠시 포즈를 취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2021.02.18 dlsgur9757@newspim.com |
지난해 연말부터 한은은 전금법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열 총재까지 전면에 나서며 전금법에 대한 한은의 입장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연초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러더법"이라고 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조금 화가 난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이후 한은은 내외부 기관‧단체와 전문가들의 '전금법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재하고 나섰다. 내부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중앙은행이 취급하는 지급결제 업무와 상충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지급결제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결제원에서도 대안으로 제시된 별도의 청산기관 설립에 난색을 표하며 반대했다. 금융노동조합도 반대 입장인 한은을 지지했다. 또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법무법인 두 곳에 의뢰해 "빅브라더 법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전금법 일부 조항에 반대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행안부와 중기부는 법 적용 대상에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온누리상품권 관련 대금결제업을 제외하는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기부는 전자서명 심사기관과 심사기준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반대하고 있다.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전금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조율할 부분이 더욱 많아지고 복잡하게 됐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해볼 여유가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의 요청으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법안 심사가 늦춰질수록 한은은 본래의 고유업무인 지급결제 운영권한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와는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고 저희 측의 의견이 많이 수용되길 바라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예상 밖의 반대 세력에 법안이 발의된 지 4개월가량 지났지만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면서 난감한 입장이 됐다. 금융위는 토론회, 세미나 등을 통해 전금법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다양한 관계자들에게 설명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기관에서 조금씩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걸 알고 있고, 이제는 한은만 관계된 법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어차피 모든 기관은 문재인 정부 안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조율하고 논의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와 조율은 하겠지만 안전성 저해하지 않는 부분에서 소비자보호는 해야 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이라며 "이제까지는 장외전이었다면 4월 이후부터는 국회에서 보다 성숙하고 공론화된 의견 교류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법안을 발의한 윤관석 정무위원장 측은 "지금의 논란이 소비자들에게는 큰 차별점으로 다가오진 않는다"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한은과 금융위가 절충안을 찾는다면 정무위에서도 이를 반영해 법안 통과는 무리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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