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최현민·지혜진 기자, 박성준 인턴기자 =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다수 학교가 2학기 등교를 시작한 17일 학생들은 걱정 속에서도 설렘을 가득 안고 등굣길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이라 집단감염을 우려하면서도 오랜만의 등교에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모 중학교 교문 앞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체온측정과 손소독을 마친 학생들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각자 교실로 들어갔다. 일부 학생들은 무더위에 마스크를 벗고 손에 들기도 했으나, 대부분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기 보다는 거리두기를 지키며 등교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대면수업을 하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워했다.
중학교 3학년 김모(16) 양은 "코로나가 요새 심각해서 걱정이 되지만 방학 때 집에 있을 때도 학원은 꾸준히 다녔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다"며 "학교가 개학해서 친구들을 만나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경기 부천시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8) 양은 "온라인 수업을 또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등교를 해서) 너무 좋다"며 "공부도 선생님을 직접 보고 수업을 듣는 게 훨씬 잘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일선 학교의 2학기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7일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2~3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정에 들어서며 손소독과 체온 측정을 하고 각자의 교실로 들어갔다. 2021.08.17 photo@newspim.com |
서울 구로구 모 고등학교에 다니는 서모(18) 군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온라인 수업보다 낫다"며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생활 망치는 줄 알았는데 이제라도 등교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2) 양도 "학원을 안 다녀서 학교에 더 오고 싶었다"며 "그동안 재택으로 수업하느라 머리가 아팠고 답답했다. 하루종일 모니터를 봐야 하는 것도 싫었는데 학교에 오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학습 결손을 해소하기 위해 등교 수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모(43) 씨는 "컴퓨터 앞에서 혼자 집중 못하고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안쓰러웠는데 드디어 등교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걱정은 되지만 아이들 교육이나 정서 발달을 위해선 등교 수업이 필요한 것 같다. 대면수업이 꾸준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최모(50) 씨는 "학교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일수록 방역을 제대로 해 안전할 것 같다"며 "집에만 있으면서 답답하다고 했었는데 등·하교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들 마스크 쓰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학생들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교내 집단감염을 우려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기승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장모(37) 씨는 "안그래도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이것저것 만져보고 아이들끼리 접촉도 있을텐데 4차 유행이 한창인 지금 전면등교를 실시하는 것이 맞나 싶다"며 "이럴거면 지난해에는 왜 등교를 막았냐"고 지적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는 박모(43) 씨도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 한 명이 20~30명 되는 아이들을 통제해야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집에서 외출하고 나면 무조건 손 씻고, 눈이나 코를 만지지 말라고 당부한 만큼 아이들 스스로 조심해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학기 첫 등교를 시작하는 17일 오전 방역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세종시에 있는 한 중학교를 방문하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교육부] 2021.08.17 photo@newspim.com |
교사들도 복잡한 심경이다. 경기 부천시 모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백모(40) 씨는 "오랜만에 아이들을 대면으로 만나 기쁘지만 100%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누구 하나라도 감염이 된다면 학교 전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쓸 일이 많다. 학부모 안심시키는 일도 해야한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등학교 교사는 "개인적으로 개학을 하되 온라인 수업을 들을지, 오프라인 수업을 들을지 학생들에게 선택 할 수 있는 권한을 넓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생활을 해야 학습권이 부여되기에 감염병 차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일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며 2학기 등교 확대를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따르면 2학기 개학일부터 9월 3일까지는 등교 가능 인원이 제한된다.
거리두기 4단계인 수도권의 경우 초등학교는 1~2학년, 중학교는 전교생의 3분의 1만 등교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1~2학년 중 절반만 등교하고 나머지는 원격수업 대상이다. 다만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하는 3학년은 전원 등교한다. 거리두기 3단계인 비수도권에서는 초등학교는 1~2학년만 등교하고 3~6학년은 원격수업을 받는다. 중학교는 전교생의 3분의 2, 고등학교는 전면 등교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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