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타인에게 마약을 무상 교부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증거물을 관련 범죄인 마약 투약 사건의 유죄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4월 및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해 7월 경 향정신성의약품인 필로폰을 B씨에게 무상으로 교부하고 같은 해 9월 경에는 병원 건물 3층 화장실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A씨를 체포한 후 필로폰 교부 혐의 관련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A씨의 소변 및 모발, 마약감정서 등을 압수했고 해당 압수물은 A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 관련 증거로도 제출됐다.
1심은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부분 공소사실과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간에 객관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압수물은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거나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다만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고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부위 사진 등이 첨부된 수사보고는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삼기에 충분하다"며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6월 및 추징금 2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압수물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필로폰 교부 혐의로만 징역 1년4월에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이 피고인의 필로폰 무상 교부 혐의사실로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필로폰 투약의 점은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혐의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영장에 따라 압수된 소변과 모발은 영장주의에 위배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또 "위법하게 수집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을 토대로 확보한 소변검사시인서(간이시약검사 양성반응), 마약감정서 또한 위법수집증거에 기한 2차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이를 근거로 한 피고인의 수사기관 자백 역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같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압수한 소변 및 모발 등으로 밝혀진 필로폰 투약 공소사실은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한 범행인 것을 넘어서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로서 객관적·인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압수한 소변 및 모발 등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압수수색에 있어서 '관련성' 및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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