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정승원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170원선을 넘어서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들의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환율 상승은 호재로 여겨진다. 다만 달러 강세는 원자재 수입 가격을 끌어올려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많이 이전해 영향이 적은 데다, 해외 공장 신설, 인수합병(M&A) 등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 4일 1082.5원에서 이날 오전 1173.0으로 7개월 새 90.5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170원선을 넘은 건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평택항 물류기지에 선적을 앞둔 차량들이 줄서 있다. [제공=현대글로비스] |
◆수출비중 높은 반도체 환율에 민감..장비수급·투자에는 '악재'
우리나라 중추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경우 환율 강세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은 분석기관 마다 온도차가 크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 17일 서버용 D램 가격이 올 3분기 5~10% 상승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메모리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율 강세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이 높은 가전이나 휴대폰 보다 환율의 영향에 민감하다. 다만 핵심장비를 해외에서 사들여 와야 하고, 대규모 해외 투자가 예고된 반도체업계 입장에선 악재일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대당 가격이 2000억원이 넘는다. 네덜란드 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해 와야 한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국내생산 비중은 높고 세트(완성품) 업체는 대부분 해외에 있어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반대로 해외에서 핵심장비를 사들여 와야 하고 지역마다 거래 통화도 달라 환율에 따른 영향은 매 분기마다 종합적으로 분석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기지가 대부분 해외인 가전분야의 경우 달러 상승에 따른 영향은 더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직접 수출하는 제품이 많지 않아 환율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며 "세계 주요 대륙에 거점들이 있고 거래되는 통화도 다양해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통화별 자산과 부채 규모를 일치하는 수준으로 유지해 환율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출입 등의 경상거래 및 예금, 차입 등의 금융 거래 발생 시 현지 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 및 지출 통화를 일치시켜 환포지션(외화채권 재고량)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경기 평택항 컨테이너 부두 중심 전경[사진=평택항만공사] |
◆ 車 "달러 강세 긍정적이나 다른 변수 많아"...조선, 환 헤지로 영향 적어
국내 완성차업계는 달러 강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반기부터 이어지는 반도체 수급난과 선적 비용 등 다른 변수가 많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환율 변동성의 리스크를 글로벌 수출 물량 증가로 상쇄시켰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2분기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업계에 긍정적인 면은 맞다"면서도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에 좋기는 하겠지만 선적 비용 상승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3분기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수급난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변수들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선박 수주를 할 때 달러로 수주하면서 환 헤지(Hedge)를 하기 때문이다. 환 헤지는 환율 변동의 폭을 줄이기 위해 조선사들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선박 건조는 수주 시점부터 1~3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와 이익에 대해서는 헤지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전망을 마련해둔 것이다. 다만 수주 금액 전체에 대해 헤지가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이익은 있으나 이 역시 선수금과 잔금 지급까지 3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조선사들의 영향은 최소화되는 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조선업의 특성상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환 헤지 계약을 같이 해두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더라도 조선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배를 한 척 수주하더라도 전체 금액에 대해 헤지를 걸지는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통 수주 금액의 절반 정도에 헤지를 거는데 이마저도 계약별로 다르고 선종 별로 다르다"며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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