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와 공모해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행사가격을 부풀려 평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첫 재판에서 "전문적 판단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20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모 씨 등 안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3명과 정모 씨 등 어피니티컨소시엄 임직원 2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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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각각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검찰은 "투자자들이 가치 평가방법, 평가인자, 결과값까지 선택하고 결정해 안진은 단순 계산업무만 수행했음에도 마치 안진이 독립적 지위에서 가치평가를 수행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보면 안진은 투자자인 어피니티의 지시에 따라 가치평가를 수차례 수정하면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가격 결정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발행된 안진의 보고서는 진정한 가치평가 보고서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안진 측 변호인은 "허위 보고로 인한 공인회계사법 위반죄의 공소사실은 통상 가치평가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인데 이 사건처럼 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해서 보고서가 허위라는 공소사실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의 합리적 의견을 반영하는 통상 업무 자체를 죄악시하는 검찰의 시각은 극히 의문"이라며 "공인회계사가 전문적 판단 하에 합리적으로 투자자 의견을 수용한 것이 허위 보고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검찰이 언급한 이메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문의사항이 없는지 확인을 구한 것"이라며 "투자자 의견이 수용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는 점을 볼 때 투자자의 일방적 입장대로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어피니티 측 관계자로부터 '교보생명 주식 가격을 높이 평가해주면 수억원대의 용역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치 평가방법과 평가인자, 평가가격에 따라 교보생명 가치를 약 8조원인 것처럼 과대평가한 보고서를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한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2015년 9월 30일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교보생명이 IPO를 하지 못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계약 내용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안진회계법인에 주식 가치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안진은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책정한 가치평가 보고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가격을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1월 이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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