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법무부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으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케이스와는 달리 취업제한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각에서 사실상 편법경영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이 부회장 취업제한 논란에 대해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 범위 내에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8·15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19 mironj19@newspim.com |
최근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뇌물 및 배임·횡령 혐의)으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이 확정된 후 지난 2월 법무부로부터 5년간 취업제한 대상자 통보를 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 제14조(일정 기간의 취업제한 및 인가·허가 금지 등) 1항에서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무보수·비상근 상태라 취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취업제한 규정을 왜곡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월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법무부는 박찬구 회장의 사례를 들며 반박했다. 박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해 법무부로부터 형사조치 예고를 받았고,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신청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업승인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우선 법무부는 당시 박 회장이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취업제한의 목적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 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을 행사하거나 향유할 수 없도록 해 관련 기업체를 보호하고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한다"는 것인데, 박 회장은 당시 대표이사·등기이사로 이를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판결 당시 박 회장은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였다는 점에서 상법과 회사 정관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대표이사 또는 등기이사의 영향력, 집행력 등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이 부회장의 경우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으나 미등기 임원으로 박 회장의 케이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의 차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지난 2003년 9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 등은 "(법무부가)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이 손쉽게 경영에 복귀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