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기업과 사회, 환경을 고민했던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현재 최태원 회장의 '탄소 중립(넷 제로)' 등 ESG 경영으로 뿌리내렸다.
26일은 최종현 선대회장 타계 23주기다. SK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별도의 추모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의 '국가와 미래를 내다본 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지속가능 경영 행보에 나선다.
◆최태원 회장, 26일 이천포럼 참석..ESG·딥체인지 강조
최태원 회장은 이날 '이천포럼 2021'에 참석해 ESG와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등 주요 시사점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SK그룹의 대표적 지식경영 플랫폼인 이천포럼은 지난 23일부터 온라인으로 개최 중이다. 5회째를 맞은 올해 포럼은 ▲ESG ▲환경 ▲소셜 ▲제도와 공정 ▲일과 행복 ▲거버넌스 ▲파이낸셜 스토리 ▲테크놀러지 등 주제별 강연 및 기조 발제, 패널 토론 등으로 꾸며진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7월 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해외유학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격려인사를 하고 있다. [제공=SK] |
이번 주제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SK의 딥 체인지(Deep Change) 실천'으로, 글로벌 석학, 각계 전문가 등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마지막 날인 26일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마무리 발언과 함께 SK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지속가능한 미래 생태계를 위한 SK의 책임과 실천에 대해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포럼이 되면 좋겠다"며 "단순히 논의하는데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실천 방법까지 찾아보자"고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의 ESG 경영, 최종현 선대회장 경영철학서 싹터
최태원 회장의 ESG 경영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생전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경영 뿐 아니라 국가 인프라 발전에도 힘썼던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SK는 현재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글로벌 기업들과 사회적 가치 측정 표준모델을 만들고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에 돌입하는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종현 회장은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이른 바 '사업보국'을 실천한 대표적 기업가로 꼽힌다. 1970~80년대 석유 파동위기에서 빛난 활약이 대표적이다.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자신들의 적대국인 이스라엘과 한국이 친선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고해왔다. 다급해진 정부는 최종현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최종현 회장만큼 사우디 고위인사들과 인맥을 잘 맺어 놓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종현 회장은 정부 요청에 따라 비공식 외교사절 자격으로 사우디를 방문, 한국에 대한 원유 공급 재개 약속을 받아냈다. 절체절명 위기에 놓였던 한국 경제가 최종현 회장 덕분에 생명수를 얻은 셈이다.
폐암수술을 받은 故 최종현 회장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왼쪽 두번째) [제공=SK] |
1980년 2차 석유파동 때도 최종현 회장의 민간외교 행보가 빛을 발했다. 최규하 대통령까지 직접 산유국을 찾아가 원유도입 외교를 벌였지만 실패한 가운데, 다시 최종현 회장이 사우디 석유장관을 만나 한국에 대한 원유공급 약속을 받는데 성공했다.
최종현 회장은 회장 취임 이듬해인 지난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세워 파격적 지원으로 인재 양성에 나섰다. 선발된 장학생들에게는 해외대학 등록금 뿐만 아니라 5년간의 생활비를 지원했으며, '귀국 후 SK입사' 같은 조건도 없었다. 오로지 '일체의 부업을 하지 않고 학업에만 전념한다'는 게 조건이라면 조건이었다.
안정적인 장학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최종현 회장은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충남 천안시 광덕산, 충북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지에 황무지를 사들여 임야를 조성했다.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조림지들은 장학사업을 위한 재원은 물론, 이산화탄소 제거 및 산소 생산이라는 차원에서도 오늘날까지 재계의 대표적인 '녹색 공헌'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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