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 벌금 35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됐던 문 전 대표는 법정구속됐다.
[이미지=신라젠] |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는 징역 3년과 벌금 175억원, 페이퍼컴퍼니 실사주인 조모 씨는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175억원,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이사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문 전 대표 등은 무자본으로 페이퍼컴퍼니인 '크레스트파트너'를 만든 뒤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0억원을 매입하는 등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발행회사의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350억원가량의 BW를 인수할 당시 실질적으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고서 납입한 것처럼 '가장납입'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자본시장법에 의한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하며 업무상 배임행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등은 신라젠 상장을 앞두고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수 없는 지위에 있음에도 지인이나 직원 명의로 스톡옵션을 부풀려서 부여하면서 자신들의 몫을 포함시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는 자금돌리기 방식에 의한 BW 발행을 주도함으로써 신라젠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야기했다"며 "심지어 신주인수권 행사로 막대한 이득을 취했음에도 회사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지급해야 할 스톡옵션마저 개인 이익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에 이르러서까지 실패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등 진정한 성찰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주인수권 행사단계에서는 어쨌든 자본금이 실제로 납입됐고 항암 바이러스인 펙사벡의 성공을 위해 나름 노력한 점, 상장 이후 미공개정보이용 등 불법행위는 없는 점은 유리하게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곽병학 전 감사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와 함께 BW 발행에 상당히 관여했고 신주인수권 일부를 행사에 상당한 이익을 실현했다"고 판단했다. 조씨에 대해서는 "금융권, 인맥, 정보를 내세워 BW 발행에 깊이 관여했으며 11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문료, 50억원 상당의 BW 인수 등 막대한 이익 실현했다"고 했다.
이용한 전 대표에 대해서는 "BW 승인한 책임은 인정되나 신라젠 설립 초기부터 신라젠의 성장,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개인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처분한 주식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판단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