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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땅에 임대주택사업 '또 난관'…강남구청 "3000가구 계획부터 철회하라"

기사등록 : 2021-08-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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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LH·대한항공 3자 협의…LH, 서울의료원 부지 '임대주택' 건설 예정
시 "3000가구 철회시 임대주택 동의" vs 강남구 "검토일 뿐 동의 아냐"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대한항공 소유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서울시 소유인 강남구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의 맞교환이 결정됐지만 향후 임대주택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청이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8·4대책에서 발표한 3000가구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포기하면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의 20~30%에 임대주택을 짓는 데 강남구청이 '동의'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강남구청은 서울시가 3000가구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먼저 철회하면 임대주택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사진=김성수 기자] 2021.04.05 sungsoo@newspim.com

◆ 서울시·LH·대한항공 3자 협의…LH, 서울의료원 부지 '임대주택' 건설 예정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한항공 등 3자 협의체는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와 교환할 시유지로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선정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다음달 14일 공유재산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이 땅에 한옥호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수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모두 무산됐다. 이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지매각을 검토하던 도중 서울시의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에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고, 지난 4월 '제3자 매각방식'으로 매매계약이 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우선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선매입하고 향후 서울시 유지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원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그간 송현동 공원과 교환할 시 부지에 대해 LH와 논의해왔다. 시는 지난 26일 맞교환할 시유지를 '구 서울의료원(남측) 부지'(삼성동 171-1)로 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부지 교환은 '등가 방식'으로 진행한다. 우선 송현동 부지 3만6642㎡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해 최종 매각가격이 결정되면,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거쳐 그에 상응하는 면적을 분할해서 LH에 양도하는 방식이다.

두 지역 공시가격을 비교하면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중 일부만 맞교환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료원 부지(삼성동 171-1)의 올해 공시가격(3.3㎡당 9154만원)이 과거 서울시가 매각을 추진한 2015년 공시가격(3.3㎡당 4283만원)의 2배 이상으로 올라서다. 송현동 부지(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공시가격은 3.3㎡당 3342만원이다.

서울시가 LH에 제공하는 부지 용도지역은 '준주거지역'을 유지하되, 공동주택(아파트)은 지상 연면적의 20~30% 수준만 짓기로 했다. LH가 땅을 개발해도 모두 주택으로 채울 수 없고 컨벤션, 오피스 등 지역 특색에 맞는 복합개발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이 땅은 지구단위계획구역(국제교류복합지구)으로 묶여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4.05 sungsoo@newspim.com

◆ 시 "3000가구 철회시 임대주택 동의" vs 강남구 "검토일 뿐 동의 아냐"

양측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서울시는 8·4대책에서 발표한 3000가구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포기하면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의 20~30%에 임대주택 짓는 데 강남구청이 '동의'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강남구청은 서울시가 3000가구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먼저 철회하면 임대주택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작년 8·4대책에서 옛 서울의료원 부지 중 북측에 공공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강남구는 이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해야 한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마이스(MICE) 단지의 한가운데 있는 서울의료원 용지에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GBC와 잠실 MICE 사이를 관통하는 보행축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지난 2014년 '국제업무 지원시설'로 계획됐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하자 2018년 말 서울시가 이 자리에 공공주택 800가구를 짓겠다고 뒤집었다. 이어 작년 8월 서울시장이 공석 상태였던 시점에는 3000가구로 늘어났다.

강남구청으로서는 이 지역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은 것이다. 다만 서울시는 강남구청장과 해당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잠정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의료원(남측) 부지 [자료=서울시] 2021.08.30 sungsoo@newspim.com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구청장께서는 서울의료원 북측 임대주택 3000가구 건설을 포기한다고 서울시가 발표하면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LH와 교환하는 것에 동의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의 권장 용도는 컨벤션·업무시설을 포함한 복합건축물이 들어오는 것인데, 이 중 지상 연면적 20~30%에 임대주택 짓는 것을 동의하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북측 임대주택 3000가구 계획을 먼저 취소하면 남측에 임대주택 짓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라며 "양쪽 협의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료원 부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한다. 애초에 주거용도로 적합하지 않은 땅인데다,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국제교류복합지구 양대 축(영동대로·잠실 MICE)을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의료원 부지는 서울 대도시권 업무 중심지인데다 잠실운동장, 삼성동 개발의 결절점 역할을 맡고 있다"며 "주거용지로 쓰기보다는 잠실 국제교류복합단지와 어울리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땅에 임대주택을 지을 바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H 측은 현재 중립을 지키고 있다. LH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를 서울의료원 부지와 교환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및 주민과의 의견 조율은 서울시가 진행할 사안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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