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자동차 고장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고속도로 갓길 통행을 허용한 도로교통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A씨가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등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금천구에서 바라본 서해안고속도로.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21.07.31 kilroy023@newspim.com |
A씨는 2018년 4월 경 고속도로 갓길 약 500m를 승용차로 운전하다 교통경찰관으로부터 범칙금 6만원을 통고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고, 경찰의 즉결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재판 계속 중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 제156조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의 고장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로에 따라 통행해야 하며 갓길 통행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헌재는 갓길 통행 금지 원칙에 대해 "비상시에 신속히 갓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제거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수 있게 하려면 평상시에는 이에 대한 통행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가 고장이 나는 경우, 긴급하게 차로로부터 대피하지 않으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갓길 통행이 허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갓길의 설치 이유와 갓길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조항, '부득이'의 사전적 의미를 더해 보면 해당 금지 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이란 사회통념상 차로로의 통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고 했다.
이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는 금지조항이 규정한 부득이한 사정이 어떠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해 그 의미가 확정될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갓길 통행 금지의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형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 수 없고 하한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처벌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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