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가운데 9월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총회,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등 외교일정과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 남북 동시 유엔가입 30주년 등 의미 있는 날들이 9월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8.4.27 |
외교부는 지난 7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은 오는 15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한국 측의 지지와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등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왕 부장은 청와대로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도쿄 올림픽에 불참했지만 중국에서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에는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깜짝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논의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방중했지만, 시 주석의 답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이 지속되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시 주석의 답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 참석을 요청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6일 "지난 6월 9일에 한중 외교 장관이 통화를 했고, 그때 한중 양측은 한국, 중국 간 고위급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여러 방식을 통해서 외교 장관 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하기로 했다"며 "만약 왕이 부장이 오게 되면 한중 외교 장관이 논의를 하는 과정 속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하나의 아젠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9일은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3년 전인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 없는 한반도'를 약속하고 백두산에서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역사적인 만남을 마무리했다. 당시 남북 정상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문'에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평양 공동선언 2주년이었던 지난해에 북한은 이에 대한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올해도 북한의 유화적인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든 북한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기회는 또 있다. 오는 17일은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유엔 총회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맞이하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그런 국제 외교 무대에서 남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한 그런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문제는 북한이 호응할지 여부다. 북한으로서는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서 진전된 안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실리적인 이익을 위해선 다음 정권과 협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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