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택배업계가 시설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찌감치 물품 자동 분류기인 '휠소터(Wheel Sorter)' 구축을 완료한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투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휠소터 설치가 거의 안된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기사의 절반에 달하는 분류인력 투입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설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어차피 부담할 투자를 서두를수록 관련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 롯데·한진 휠소터 도입 '속도'…빠를수록 분류인력 투입비 절감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내년까지 휠소터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우선 연내 55개 서브터미널에 휠소터를 설치하고 내년에는 나머지 터미널에 휠소터를 도입한다는 목표다. 올해만 전체 서브터미널 184개 중 30%에 휠소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휠소터가 설치된 터미널은 5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우선 신규 터미널을 중심으로 휠소터를 설치하고 있다. 작년에 문을 연 파주서브터미널과 이번달에 운영을 시작한 용인서브터미널에 자동화 시설투자를 완료했다. 단계적으로 투자비를 집행해 자동화 시설을 구축한다는 목표지만 한진보다는 더딘 상황이다.
택배업계가 자동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분류인력 투입 부담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설비 투입이 어렵거나 물량이 많지 않은 일부 터미널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서브터미널은 상당수가 자동화 설비가 없어 모든 물품을 사람이 일일이 분류해야 한다.
업계는 결국 터미널 자동화가 필요한 만큼 신속하게 휠소터를 설치한다는 목표다. 휠소터 설치 비용은 정해져 있는데 시기가 늦어질수록 분류인력 투입 비용이 추가로 늘어나서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분류업무 부담에 따른 택배비 인상분(170원)을 산정했지만 자동화를 서두르면 그만큼 분류인력 투입비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photo@newspim.com |
◆ 택배비 인상으로 업계 이익 개선…"택배사가 인상분 가져가" 노조 주장은 반박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달부터 분류인력 1000명을 추가 투입하고 있다. 총 투입된 인원은 각각 2000명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회사별로 2000명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분류인력 4000명을 투입하는 데 연간 약 500억원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
회사별 규모를 감안하면 분류인력 투입비용 부담은 천차만별이다. 일찌감치 분류인력 4000명을 투입한 CJ대한통운도 비슷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작년 영업이익(3253억원)의 15% 수준이다. 반면 한진은 작년 영업이익(1059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비용이다. 휠소터 설치가 거의 완료된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부담을 줄이기 어렵겠지만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면 최소 절반의 분류인력 투입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내년까지 휠소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인 한진은 예정대로라면 인력투입 비용 상당부분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택배비 인상으로 택배사들의 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7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25억원)보다 15%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역대 단가 인상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
다만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택배비 인상분은 분류인력 투입 등에만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사회적 합의기금을 조성해 합의 목적에 맞게 비용이 집행되도록 투명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비 인상분 가운데 60% 이상을 택배사 몫으로 책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분류작업을 온전히 택배사들이 책임지게 된 만큼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택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만큼 자동화를 포함한 시설투자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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