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처를 고심 중인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유치를 희망하는 미국 각 도시에서 삼성전자에게 제공할 혜택을 확정하면서 삼성의 선택을 재촉하고 있어서다.
세금 90%를 돌려준다는 미국의 화끈한 러브콜. 반도체 공장 유치가 절실한 미국의 입장만큼 삼성은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협상 우위를 점하겠다는 속내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미국 지자체간 경쟁이 뜨겁다.
삼성은 적어도 5곳의 후보지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의 테일러시가 유력한 후보지로 점쳐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테일러시가 지난 8일(현지시간) 윌리엄슨 카운티와의 합동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에게 제공할 세금 혜택안을 가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0.10.26 pangbin@newspim.com |
결의안에 따르면 테일러시가 제공할 삼성전자 공장 부지는 독립교육지구(ISD) 내 약 56만㎡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이 곳에 오는 2026년 1월 31일까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18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경우 삼성이 처음 10년간 납부할 재산세의 90%를 돌려주고 그 다음 10년간 85%를 환급해 주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공장을 지을 경우 내년 1월 착공해 오는 2024년 말부터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테일러시도 여러 후보군 중 하나로, 시에서 승인할 인센티브 등을 검토해 최종 투자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미국 지자체에서 제시하는 세금 혜택 여부는 삼성전자가 투자처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18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지역 경제에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유치 경쟁이 뜨겁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고려 중인 도시는 테일러를 비롯해 같은 텍사스주 트래비스 카운티의 오스틴, 애리조나주의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의 제네시카운티 등 적어도 5곳이다.
삼성도 이번 대규모 투자가 사실상 '반도체 동맹'을 위한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최대한 받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올 초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170억 달러를 투자할 경우 20년간 8억550만 달러(9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스틴시는 지난달 중 삼성과의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9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까지 협상 결과가 알려지지 않았다.
세금 혜택과 함께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수인 전력과 용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지난 2월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과 용수 공급이 끊기며 한 달 넘게 정상 가동을 하지 못했다. 피해금액만 3000억~4000억원.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1%p 하락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해 테일러시는 삼성 측에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을 약속한 상태다. 텍사스주의 두 도시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뉴욕주는 텍사스 보다 나은 전력과 용수 공급 상황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도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제안하는 등 유치경쟁이 뜨거운 만큼 삼성 입장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세금 혜택 뿐만 아니라 전력, 용수 등 인프라와 협력사와의 관계까지 고려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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