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스핌]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017년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7.10.27 leehs@newspim.com |
앞서 고 전 이사장은 지난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고 발언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또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라고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자신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로 말한 혐의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문재인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모멸적으로 인격을 모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공산주의자라는 단어는 포괄적인 개념이며 오늘날 다수의 국민이 이론의 여지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자유주의' 또는 '공산주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이 제시하는 논거들의 논리적 정확성을 차지하고서라도 논평의 형식을 빌려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만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뒤집었다. 항소심은 "남북대치와 이념갈등 등 현 상황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것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부분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원 사건의 변호인이라는 사실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으로 볼 수는 없고,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 적시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이는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라 증명 가능한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라는 말이 북한과 연관지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한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당시 발언 경위 등을 종합하면 이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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