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빅테크와 핀테크의 발전이 중요하지만 '동일기능-동일규제'를 지켜야 한다. 금융 안정 차원에서 소비자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빅테크와 핀테크, 금융산업이 어떻게 협업하고 공존할 수 있을 지를 논의했다. 금융혁신이 중요하다는 금융위원회의 기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금융협회장과의 간담회 후 기자에게 최근 불거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해 한 말이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또 다시 언급하며, 빅테크 규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금융혁신'에 대한 끈도 놓치지 않아, '규제와 혁신' 모두 충족한 만한 후속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 발(發) 빅테크 기업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빅테크-금융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이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도 추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뱅크샐러드 등 다른 핀테크 업체들도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금융당국은 빅테크·핀테크 등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견적 서비스 다수가 금소법 규제에 반하는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후 카카오페이는 지난 11일 보험서비스를 비롯한 관련 서비스들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토스도 대출 비교 조회 서비스인 '내게 맞는 대출 찾기'를 지속 운영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출성 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대출모집인)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네이버와 카카오 로고 [자료=뉴스핌 DB] |
금소법 외에도 기존 금융산업과 혁신금융 간 논란이 예상되는 법이 또 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이 그 예다. 개정안은 네이버페이, 쿠팡페이 같은 핀테크 업체들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등록을 하면 간편결제나 송금 서비스 외에도 계좌발급, 계좌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기존 금융권의 반대 및 금융당국간 마찰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동안 전통 금융사들은 당국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특혜를 너무 밀어주는 것 아니냐며 전금법을 '빅테크 특혜법'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전금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건 금융위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그간 혁신금융 육성을 위해 규제를 기존 금융권보다 완화해줬지만, 이제는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해 규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전금법 개정안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고 위원장은 "전금법 이슈도 있고 대환대출 플랫폼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이 두 사안도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금법 개정안이 추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면 대표적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사업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대출을 해줄 수 없는 대신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를 통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종합자산관리(CMA) 통장인 '네이버 통장'도 미래에셋대우와 제휴를 통해 내놓은 바 있다. 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았지만, 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 여수신 사업이 가능했던 셈이다. 전금법 개정에 따라 생겨난 서비스가 다시 규제로 인해 막히게 되는 셈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작년에 이미 금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준게 있어서 그거에 맞춰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광고로 볼 수 있는 범주내에서 사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 업계 상황이 급변하면서 정책 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빅테크에 대한 감독 범위를 넓여야 한다는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플랫폼 경제의 부상과 금융감독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이 올해 새로 내놓은 보고서에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때 기관 중심 감독과 행위 중심 감독의 적절한 혼합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행위 중심 규제는 기관 중심 규제를 대체할 수 없고 보완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룹 규제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중심 규제를 통해 지금보다 강도 높은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그레이존(회색지대)이 워낙 많다보니 사업을 할 때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난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카카오, 네이버 같은 대기업 계열사보다 작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핀테크 산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체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당당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역할을 확실히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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