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뉴스핌] 김기락 기자 = 지난 9일 찾은 경기도 안성의 BMW 부품물류센터(Regional Distribution Center·RDC)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와 함께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을 만했다. 독일 BMW가 한국에 투자한 이곳이 국내 물류센터 가운데 최고 안전도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서울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로 2시간쯤 달렸을까. 안성JC를 통과하니 한적한 동네가 나왔다. 국도로 갈아타고 20여분 뒤, 봉긋 솟은 거대한 BMW 부품물류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부품물류센터는 겉보기에 여느 물류센터와 다르지 않았다. 크게 보면 부품이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으로 나눠진 모습이 평범한 물류센터로 보였다. 한쪽에는 독일 등으로부터 들어오는 입고 라인과 또 한쪽에는 BMW 국내 딜러로 나가는 출고 라인이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BMW 안성부품물류센터 [사진=BMW그룹코리아] 2021.09.17 peoplekim@newspim.com |
◆ FM글로벌로부터 국내 유일 '최고 안전' 획득
BMW그룹코리아는 지난 2017년 1300억원을 투자해 기존 이천 물류센터를 안성으로 확장 이전했다. 규모가 1만6500㎡에서 축구장 8배 크기인 5만7000㎡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BMW 독일 본사의 물류 센터와 지난해 3월 개소한 일본 물류센터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다. 이곳 물류센터 직선거리로는 무려 1km에 달할 정도다.
특히 독일로부터 투자받은 1300억원 중 절반은 안전을 위해 쓰였다.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 보험회사인 FM(Factory Mutual) 글로벌로부터 최고의 안전 수준을 국내 유일하게 획득했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의 대형 화재로 인해 BMW 안성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곳 부품센터를 총괄하는 강세일 센터장은 자신 있게 "소방관계자 및 국회의원 등이 방문할 예정"이라며 최고 수준의 안전을 확보한 이유를 늘어놨다.
강 센터장은 "물류센터가 지상 보다 높게 자리한 이유는 물류센터 아래에 약 900톤(t)의 소방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화재 진압 시 기준인 1시간 보다 두 배 정도를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물류센터로 진입 차폭도 넓어 만약의 사고 시 소방차가 보다 원할하게 진입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오거나 홍수가 나더라도 물을 저지대로 흐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러면서 "이곳 부품물류센터에는 약 4만3000종의 부품과 약 430만개의 부품이 있는데 금액으로 보면 약 96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화재 등 안전 사고로부터 부품을 보호하는 목적이었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도를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이곳의 천정고는 약 12미터로 다른 물류센터의 30~40미터 보다 낮다. 강 센터장은 "자동으로 불을 끄는 스프링쿨러가 있더라도 천정고가 높으면 화재 진압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성 부품물류센터에 설치된 스프링쿨러는 갯수도 많고 습식 방식이어서 화재와 동시에 진화가 가능하다. 일반 스프링쿨러는 섭씨 120도에서 반응하고 스프링쿨러 내 소방수가 차 있지 않은 건식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섭씨 74도만 되도 소방수가 나와 즉각 대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프링쿨러는 천정은 물론 부품이 쌓인 공간마다 우산 모양으로 설치돼 있다. 센터 곳곳에 방화스크린셔터는 불이 잘 타지 않은 내화섬유로 만든 실리카 소재다. 두께감 있는 천으로 돼 있고 사람이 오갈 수 있도록 자석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비상구도 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BMW 안성부품물류센터 내 부품 [사진=BMW그룹코리아] 2021.09.17 peoplekim@newspim.com |
◆ 빅데이터·인공지능 통해 자동으로 부품 공급
강 센터장은 "BMW 타는 소비자분들이 부품이 없어서 차를 못 고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저희 인공지능 부품 공급 시스템인 SRD(Supply&Replenishment Dealership) 프로그램이 빅데이터와 수요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딜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BMW그룹이 2010년 개발해 전 세계 BMW 부품물류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전국의 69개 BMW 서비스센터가 부품을 주문하지 않아도 계절별, 시기별로 부품 수요량을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센터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여름을 대비해 차량 실내 에어컨필터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해당 부품을 센터로 보내거나, 겨울철 등 사고가 잦아질 때는 범퍼 및 헤드램프 등 수요가 많은 부품을 미리 보내 소비자의 대기 시간을 줄여준다. SRD 프로그램이 부품 주문의 약 95%를 소화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각 딜러가 오전에 주문한 부품을 보내면 당일 오후에 받을 수 있고, 오후에 주문하면 익일 오전에 배송받을 수 있다. SRD 프로그램은 신차 판매 못지 않게 BMW 차량을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 센터장은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적용된 'SRD 넥스트'를 올해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전국 서비스센터의 부품 공급이 보다 원활해지는 것과 함께 서비스센터를 찾는 소비자들의 대기 시간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수년 전만 해도 부품을 주문하면 길게는 2주일 걸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틀로 단축시켰다. BMW 부품 전세기를 통한 긴급운송은 이틀이면 부품을 받을 수 있고, 통상 비행기는 10일, 기차는 40일, 배는 60일 정도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강 센터장은 "지금은 독일에서 기차로 오는 부품들은 중국까지 도착해 다시 배편으로 인천항에 도착하는 데, 나중에는 독일부터 유라시아를 거쳐 안성까지 운송되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라며 웃어보였다.
부품물류센터 바로 옆 3만1000㎡ 규모의 부지는 부품물류센터 증설을 앞두고 있다. 증설 시 일본의 BMW 부품물류센터를 제치고, 전 세계 BMW 2위 규모의 물류센터로서 동북아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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