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재개발지역 내 주택 소유자가 주거이전비나 이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면 수용개시일이 지나 퇴거하지 않더라도 무단점유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8년 장위10구역 내 2층짜리 다가구용 단독주택을 소유하던 중 조합과 손실보상 협의가 결렬되자 수용재결을 신청했고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조합이 A씨 소유 건물과 부지를 수용하고 보상금으로 4억9711만여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조합은 이에 따라 일부 압류금액을 제외한 손실보상금 4억9671만여원을 법원에 공탁했고 A씨도 건물에 대해 토지수용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A씨는 수용 개시일인 2018년 5월 11일이 지났음에도 건물을 계속 점유하다가 이듬해 10월 28일 퇴거했다. 조합은 해당 기간 동안 A씨가 받은 임료 상당액 1696만여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건물을 사용·수익함으로써 건물에 관한 차임 상당액만큼 이익을 얻고 조합에게는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씨는 조합이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을 지급하지 않아 건물을 계속 점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도 A씨에게 건물을 점유할 권원이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거이전에 필요한 비용 등을 산정해 보상해야 할 의무는 공법상 의무인 반면, 적법한 수용절차에 따라 수용보상금을 지급받은 점유자가 부담하는 부동산 인도의무는 사법상 의무로 별개의 관계에 있다"며 "양 의무는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조합이 A씨에게 무단점유로 인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은 "조합이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공탁했다고 하더라도 주거이전비 등에 수용재결 신청을 하거나 이를 지급하지 않은 이상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며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절차가 이뤄질 때까지 A씨가 건물을 사용·수익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조합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A씨가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자인지,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절차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관해 충분히 판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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