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글을 올려 인사상 불이익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현직 판사가 '사법농단' 재판에서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인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증언했다.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3 dlsgur9757@newspim.com |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송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8월 법원 내부망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권순일 당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 이후 형평 순위가 'A그룹'에서 'G그룹'으로 밀려났고 이듬해 2월 법관 정기 인사에서 희망지가 아닌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아울러 통영지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같은 해 4월에는 박상옥 당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글을 올렸고 2017년에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돼 1지망 근무지로 기재한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배제됐다.
송 부장판사는 권 전 대법관에 관한 글을 게시한 경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대법관 구성 다양화에 대한 강한 소신이 있었다"며 "권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에서 바로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이 이뤄진 상황이었는데 그런 형태의 제청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 관련 글에 대해서도 "고(故) 박종철 군 수사 검사였다는 사실 때문에 임명 동의가 지연되는 상황이었고 법관들의 의견을 들어 후보자 거취를 결정해달라는 글을 쓴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 인사 불이익을 줄 만한 사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나상훈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이 송 부장판사의 성향을 분석해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한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보고서에는 송 부장판사에 대해 '사법제도 및 인사시스템에 관심이 많고 정세판단에 밝은 전략가형', '법원 집행부에 대한 불신 및 의혹이 많음', '아웃사이더 비평가 기질' 등이라고 적혀있었다.
송 부장판사는 이러한 보고서에 대해 "당시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트넷에 글을 쓴 것이 물의야기 사유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근무 평정과 전보 인사에 반영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례로 음주운전이나 성 비위 등 법관 자질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경우는 물의야기 사유에 포함될 수 있지만 코트넷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인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성적 외에 법관에 대한 부정적 평정이나 물의야기 사유도 인사 원칙에 포함됐다"며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들은 법관이 코트넷이나 SNS에 부적절한 글을 올리면 법관윤리강령이나 집단행동·정치행위 금지 등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법관의 품위 손상으로 볼 수 있어 물의야기 보고서 검토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송 부장판사는 그러나 "그 점은 동의할 수 없다"며 "적절한 사유가 아닌 것으로 물의야기로 선정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면 헌법에서 금지하는 불이익한 처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말했다.
한편 송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을 상대로 인사 불이익에 대한 책임을 묻는 3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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