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중국의 전력난으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받을 경우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쇼티지(공급부족) 현상이 메모리 반도체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전력난으로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팹 2개 라인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팹을 가동 중이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0.10.28 photo@newspim.com |
현재 중국은 제한적인 송전으로 주요 생산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지방 정부마다 공장의 휴무일, 가동률 감소 계획을 작성하고 있으며, 중요 산업의 경우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업체들은 일주일에 2~3일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중국 당국의 전력 사용 억제 대상에서 반도체·파운드리 부문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부품 생산 공장들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결국 반도체 완제품 생산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제한적 송전으로 전자회로기판(PCB) 업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현지 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등 지방 제조 허브에서 전력 소모가 큰 부문의 생산량 감축 및 생산 중단이 이달까지 이어질 가능성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D램, 낸드플래시 칩 생산은 지장이 없더라도 메모리 모듈, SSD 생산을 위해서는 반도체 기판이 필요한데 해당 공장의 가동률이 급감할 경우 관련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우한 폐쇄로 후베이성에 있는 많은 PCB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서버와 PC D램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이미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세계 3위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9~11월 매출이 74억5000만~78억5000만 달러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보다 8% 가까이 감소한 수치로, 중국의 전력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이 메모리 시장 둔화 우려와 공급망 리스크로 인한 출하량 감소 등을 선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비트 출하 자체가 감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결국 DDI, PCB, 섀시 등의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인한 PC 생산 차질이 D램 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이는 등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마이크론은 삼성과 SK 보다 한 달 가량 앞서 실적을 발표해 두 회사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반기 메모리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대만의 시장조시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4분기 PC D램 고정가격은 전분기 대비 5~10%, 서비 D램은 전분기 0~5%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에 더불어 중국의 전력난까지 가세한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전력난은 반도체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재고축적 수요를 크게 발생 시키면서 완제품 회사들의 가격 협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한 현지 공장의 가동 차질은 없었다"며 "중국 팹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는 상당수 현지 업체에 공급되기 때문에 공장이 멈출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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