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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경쟁제한성 판단…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노선별 제재 받는다

기사등록 : 2021-10-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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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운임 신고제 있지만 실효성 의문…별도 조치 나올 듯
공정위 "10년 간 변동 없어, 소비자 지불가격과 달라"
점유율 판단 기준도 쟁점…저비용항공사 통합 등 시간 소요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으로 인해 제재를 받게 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번 기업결합으로 경쟁제한성이 발생한다고 확인하면서 최소 가격 통제에서 최대 노선 매각 명령 등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통제의 경우 항공사업법상 운임 신고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공정위가 인식하고 있어 별개의 시정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 가격통제, 항공사업법상 신고제와 별개로 나올 듯…공정위 "실제 소비자 지불가격과 괴리" 

1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기업결합은) 경쟁제한성이 있어 일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국민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해 연내 심사를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확인한 만큼 시정조치를 전제로 합병 승인을 내리게 된다. 결합심사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회생불가 등을 적용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정조치는 가격 통제다. 양사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항공권 가격 인상을 차단하는 행태적 시정조치다. 특히 항공사업법상 운임 신고와 별도로 가격을 제한하는 명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업법 14조에 따라 항공사들이 운임을 신고하게 돼있다는 점을 들어 가격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코노미 좌석과 최대 3배 가량 차이가 나는 퍼스트 클래스 등 최고 운임 수준을 제출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 역시 이런 지적을 인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토부에 신고하는 가격은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고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가격과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에 대한 시정조치가 나온다면 기존 신고제와 별도의 명령이 내려질 거라는 의미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대한항공 "슬롯 기준 독점 아냐" vs "구매 기준 판단해야" …국토부 "실무 논의 지속, 심사 적극 지원"

대한항공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노선 매각 등 구조적 시정조치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슬롯(시간대별 항공기 이착륙 규모)을 기준으로 독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사 통합 점유율은 38.5%로, 두바이 등 다른 허브공항을 기점으로 하는 항공사들의 점유율이 60%~70%인 데 비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 노선을 기준으로 따지면 양사 점유율은 크게 높아진다. 인천발 뉴욕·시카고·바로셀로나 등 7개 노선은 점유율이 100%, 인천발 호놀룰루·로마·푸껫·델리 노선은 75%를 넘는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개별 행선지를 놓고 항공권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노선별로 점유율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조 위원장은 "국내 1, 2위 항공사의 결합이어서 더욱 심도 있게 봐야 하고, 노선별로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시정조치 역시 노선별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노선에 대해 가격 제한 조치로 마무리되지 않고 매각 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급 좌석을 제한하면서 양사 독점 노선에 다른 항공사의 취항을 유도하는 방식도 염두에 둘 수 있다. 가격 제한의 경우 기한을 정해 놓기 때문에 제재의 효력에 한계가 있는 반면 구조적 조치는 양사 통합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양사 기업결합과 관련해 국토부와 협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조 위원장은 국감에서 "양 부처 간 실무자뿐만 아니라 국장급 등에서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판단하겠지만 업계 현황 공유 등 심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실무선에서는 계속 얘기를 해왔고 결론이 날 때까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연내 심사 종료를 밝힌 만큼 업계 내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뒤 1년 간 양사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어서 합병은 2023년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개편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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