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 지도부의 장기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규제 조치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북한 당국은 통제를 완화해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국제사회는 민생에 타격을 미치는 일부 제재의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북한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있다고 반박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민생 악화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7일(현지시각) 입수한 보고서를 보면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지도부의 장기적이고 엄격한 코로나 대응 조치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일반 주민들 사이에 인권 침해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국경 봉쇄와 국내 이동 제한 조치에다 인도적 물자의 수입까지 제한해 북한은 더욱 고립되고 주민들의 인권은 더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것이다.
퀸타나 보고관은 특히 "북부 국경지대에서 무역과 상업 활동에 의존하는 많은 주민들이 수입을 잃었다"며 "제재와 통제 경제가 계속 생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억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식량 접근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가장 취약한 아동과 노인들은 기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장기적 규제와 경제활동 붕괴로 가족을 더 이상 부양할 수 없어 생존을 위해 돈을 빌리고 집안 물품을 파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많은 공장과 광산이 전력과 부품, 원자재 부족 등으로 문을 닫고 어민들도 조업 제한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통제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 권리 등 시민적·정치적 자유 권리가 더 악화됐으며,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도 급감해 지난해 한국 입국 탈북민은 229명, 올 상반기에는 36명에 그쳤다고 부연했다.
또 과도한 규제 조치로 북한 주재 외교관들과 인도주의 지원단체들도 북한을 떠나 지난 7월 현재 평양의 25개 대사관 가운데 9곳의 외교 요원들만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인한 주민들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 탄압 문제, 정치범수용소의 지속적인 운영과 더욱 취약해진 수감자들의 생활 환경, 18세 이하 아동 노동 문제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북한의 정책 재고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코로나 예방 조치가 주민들의 경제권과 사회권 등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는 코로나 대유행을 포함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과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도 현 코로나 예방 조치의 맥락에서 제재가 북한 주민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해 포괄적인 연구를 수행할 것을 주문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대북제재가 구체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VOA의 이메일 질문에 "연료, 기계, 예비 부품의 수입 제한이 에너지 보안과 민간 운송, 농업, 의료, 위생 등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또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등 이 모든 것들이 민간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퀸타나 보고관은 "나는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곤경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도 제재 면제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 지연, 관리 비용과 위험을 증가시키는 안정적인 금융 채널의 부재, 통관과 선적, 물류 지연 등을 우려 사안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런 제재의 부정적 영향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며 "지금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 필요한 것은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을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과 앞서 언급한 일부 분야들의 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그러나 이 모든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이 북한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지독한 인도주의와 인권 상황의 책임은 북한 정부에 있으며, 이에 대해 국가와 국제적 차원에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계속 논의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를 회부하거나 특별재판소 또는 다른 유사한 메커니즘을 설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오는 22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개최하는 북한 인권 보고회에서 이런 상황에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퀸타나 보고관의 이번 유엔총회 보고서는 그의 임기 중 마지막으로 제출한 보고서다. 지난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세 번째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오른 퀸타나 보고관은 내년 상반기에 6년 임기가 만료되며 이사회는 내년 정기 이사회에서 후임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 美 국무부, 퀸타나 제재완화 주장에 "북한 열악한 상황은 정권 책임"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퀸타나 보고관이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북한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으며, 대북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과 같은 특정 체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인도주의적 지원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현재 열악한 인도주의적 상황은 북한 정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김정은 정권은 지속적으로 자국민을 착취하고,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쓰일 자원을 전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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