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신(新)외부감사법(신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업계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빅4 회계법인이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일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비롯해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회계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 구인·인력풀에는 지난 8월 이후 220여건의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회계법인이 140여개로 가장 많았고 일반기업이 56개, 회계사무소 20개, 공공기관 7개 등이다.
[캡쳐=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 |
최근 연말 감사 시즌을 앞두고 회계인력 채용이 부쩍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신외감법 이후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게 회계업계 내부의 목소리다.
신외감법의 주요 골자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총 3가지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상장사 등이 6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 동안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계약을 따내려고 영업행위를 하지 않아도 비교적 골고루 감사업무가 주어지게 되는 셈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외부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감사인이 최소한 수행해야 할 감사시간을 정해 놓는 것으로, 그만큼 회계법인 등의 수익이 올라간다. 감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사절차를 대폭 축소하도록 압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 52시간 제도 도입으로 기존 인력만으로는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회계법인 등의 인력수급이 크게 늘어나 채용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빅4 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중소형 회계법인과 공기업, 공공기관의 인력 수급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인력수급이 어려워진 빅4 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 처우를 대폭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회계법인 등에는 인재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기존 연간 성과급의 3분의 2를 월급에 합치고 기말 성과급은 따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구조를 개편했다. 딜로이트 안진 역시 기본급을 10% 이상 인상하고 실적에 관계없이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정KPMG도 연봉을 10% 이상 인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 회계법인 등은 고령의 휴업회계사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는 고육지책까지 짜내고 있다. 이 경우에도 월 900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간신히 채용이 가능한 수준이고, 연말 감사기간에는 월 12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형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공인회계사들은 기본적으로 빅4에서 첫발을 떼야 업무를 제대로 배운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중견 회계법인 아래로는 신입 회계사 모집은 물론 경력직 채용도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며 "신외감법 이후 일감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를 감당할 인력을 채우지는 못하다 보니 파트타임 채용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계업계 안팎에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인회계사 선발 규모는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자격위)에서 매년 결정한다. 선발인원은 지난 2007년 750명에서 2008년 800명으로 늘어난 뒤 2009~2018년 850명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후 신외감법 등을 이유로 지난 2019년 1000명으로 150여명 늘어났다가 지난해부터 1100명으로 소폭 확대됐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신외감법에 따른 업무 증가량과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간 미스매치인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빅4를 제외한 나머지는 신입 회계사를 데려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중소형 회계법인 등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선발 규모를 큰 폭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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