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 기로에 선 데 이어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국내로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수사가 진척될수록 김 씨와 더불어 녹취파일을 검찰에 건넨 정영학 회계사,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 핵심 관련자들은 엇갈린 진술을 이어가면서 한때 각별했던 동업자에서 적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전날 김 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김 씨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배임·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자산관리사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여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씨에게는 개발 이익의 25%에 해당하는 약 700억원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있다. 2021.10.11 kilroy023@newspim.com |
그간 검찰은 핵심 관련자들을 연이어 소환하며 이들의 엇갈린 진술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주요 단서는 '대장동 패밀리'에서 가장 먼저 등을 돌린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700억 약정설', '50억 클럽', '350억 로비설' 등 이들이 사업 과정에서 벌인 각종 로비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정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을 깨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1일 소환조사 당시 "수익금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한 녹취록"이라고 부인했다. 또 그는 조사를 마친 뒤에도 "정영학과 한 번도 진실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며 관계를 부정하기도 했다.
배당금 1208억원을 받아간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를 놓고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는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다. 차명으로 맡겨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김 씨는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가 검찰에 낸 자술서에는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 자신에게 남 변호사의 유원홀딩스 투자금에서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이 1200억원 가량인데 세금을 내도 1000억원은 남는다"며 "만배형이랑 돈 받아 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2월 "김만배로부터 700억원을 받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했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정 회계사 녹취록의 '700억 약정설'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씨는 검찰 조사 전후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바로 나"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유동규가 주인이라면 나에게 찾아와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정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겠냐"고 반박했다.
반면 전날 JTBC 인터뷰에서 귀국 의사를 밝힌 남 변호사는 "지분 절반이 유 전 본부장의 것이라고 하는 녹취록이 있다고 들었고 유 전 본부장의 지분이 있다는 얘기를 김 씨로부터 들은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또 국회에서 공개된 '50억 클럽' 명단에 대해서도 "대부분 지금 나온 분들인 것 같다"며 녹취록상 로비 정황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들의 엇갈린 진술이 '윗선'으로 수사가 이어지지 못 하도록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각자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각자도생 차원인지에 대해 추가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대장동 사업 전반과 정관계 로비 의혹은 물론 사업 당시 성남시에 보고·승인된 과정까지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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