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치솟는 유가에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유가 영향을 그대로 받는 항공, 해운, 철강, 석유화학, 정유 업계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완화로 인한 국제 수요 증가, 에너지 공급 부족 사태 지속, 미국 원유 생산 감소 전망 등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평균 1,801.0원을, 전국 휘발유 가격 평균은 1724.7원을 넘어서며 지난 2014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1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종업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겨울철 난방 수요 및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세계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산유국들의 증산 억제와 일부 원유 생산설비 가동이 차질을 빚으며 공급 부족으로 원유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2021.10.18 hwang@newspim.com |
◆ 서울 휘발유 가격 1800원 넘어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15일 배럴당 82.99달러를 기록했다. 같은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2.28달러로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8일 리터당 1726.66원까지 뛰었다. 리터당 1700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말 이후 7년 만이다.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00원을 돌파했다.
항공업계는 유가 상승이 치명적이다. 국내 항공사의 고정비용 지출 중 유류비가 20∼30%를 차지한다. 유가가 오르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환율도 오르면서 항공사들이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유류비, 항공기 임차료 등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달러(약 339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10% 오르면 진에어는 76억원, 티웨이항공은 69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정유·철강업계, 고유가 장기화땐 부담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올라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급격하게 유가가 상승하면 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요 회복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너무 고유가가 형성되면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연료비 연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로 인해 고정비용의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해 3개월 주기로 국제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전기세에 반영한다. 때문에 전기로를 이용하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의 경우, 유가가 오를수록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진정되지 않아 실제로 전기요금 상승으로까지 이어지면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 생산 현장 <사진=블룸버그> |
◆ 해운·석화업계, 단기적 급격한 영향은 없어
해운업계도 유류비를 많이 쓰기 때문에 유가 상승 부담이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정비 상승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현재 해상운임도 큰 폭으로 올라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도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납사(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부담이 커진다. 석유화학 제품 대부분은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가 기초원료로 사용된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나프타 판매 가격이 오르게 되고 결국 석화업계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석화 산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며 석유화학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한다.
올 하반기 나프타 상승 폭이 커 에틸렌 마진(스프레드)이 축소됐다. 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는 1분기 t당 451달러, 2분기 430달러에서 3분기 335달러로 떨어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원료 가격도 상승해 이에 따라 원료·제품 간 스프레드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나, 수요 증가로 제품가도 상승 추세에 있고 기업들 역시 원료다변화와 물량계약을 통해 단기적으로 급격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유가상승이 계속되면 화학업계 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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